黨 경제 민주화 목청… 政 세법 개정 맥빠지네
입력 2012-07-30 21:52
다음달 발표를 앞두고 있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경제민주화를 내건 여당의 설레발에 힘을 잃고 있다. 여야의 경제민주화 선점 경쟁 속에 여당 정책위원회가 최근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 주요 세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해서다.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파생상품 거래세 신설을 뼈대로 하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29일에는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 하향 조정,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각종 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금)을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법안에 담은 것이다.
당황스러운 것은 기획재정부다. 기재부도 올해 세제실 산하에 금융세제팀을 신설해 금융소득 과세 강화를 검토하고 있었지만 시장의 반향 등을 감안해 신중히 접근하던 터였다. 특히 파생상품 거래세 신설이나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등은 금융시장 타격에 대한 우려가 높아 부정적이었다. 대기업 등에 대한 과세 강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정치권이 발의한 법안과 내용이 다를 경우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정권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면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진다. 정부가 여당 안을 상당 부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장 기재부는 30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세법 개정안을 사전 보고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금융 과세 강화 방안을 대폭 수용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내년 3000만원으로 일단 내리고 추가 인하 여부를 향후 검토하는 쪽으로 합의했다”면서 “주식양도차익 과세 확대, 파생상품 거래세 등도 수용 입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관심 대상이 됐던 소득세율 과표구간 현실화 문제도 전체 구간이 아닌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재부는 소득세율 과표구간을 전반적으로 올려 현실화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정치권의 ‘부자 증세’ 논리에 밀린 것이다.
올해 말 종료되는 비과세·감면 조치들을 대폭 정리하고 세수 확대를 하겠다던 정부 계획에도 다소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여당에선 연말 대선을 앞두고 악화되는 경기 상황에 따른 민심 확보를 위해 비과세나 세금 감면 조치들을 가능한 한 정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3일 정부가 발표한 내수 활성화 과제 중에서도 상당수가 세제 지원 방안이다. 대표적인 것이 역모기지 세제 지원 방안, 리츠 등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방안 등이다. 가계대출 문제 해결을 위해 직불카드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대신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를 축소하려는 정부 방침도 그대로 유지될지 미지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균형재정 등을 위해 당초 계획대로 안을 만들고 싶어도 여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