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 폭염 피해를 줄이려면… 갈증 없더라도 물 많이 마시면 좋아요
입력 2012-07-30 18:51
전국이 찜통더위로 들끓고 있다. 낮 최고기온 32∼35℃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이로 인한 열대야가 전국에 걸쳐 8월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게 기상청의 예보다. 폭염과 열대야에 대비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때다. 올해는 더위가 일찍, 그리고 강하게 내습해 세계 여러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7월 초순부터 미국 중부와 동부지역에서는 전례 없는 폭염으로 수십 명이 사망했고, 일본과 이탈리아에서도 각각 10명 이상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7월 한 달 동안 3명의 노인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폭염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심·뇌혈관계 질환 사망 위험 증가=더위는 우리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정도는 농촌보다 도시가 더 심하다. 각종 건물과 도로 등 인공구조물이 도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등은 수분을 포함한 흙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해 저장하고 내보낸다.
이로 인해 열섬 현상이 생기고 열대야(熱帶夜)도 자주 나타난다. 열대야는 밤중의 최저기온이 25°C 이상인 기상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두 달 동안 서울에서 연평균 9일, 광주에서 17일, 대구에서 18일 정도 열대야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폭염이나 열대야 같은 고온 현상에 대한 적응력은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다. 하지만 장시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면 누구든지 심혈관계와 뇌혈관계, 호흡기 계통에 문제가 생기고 사망 위험도 커진다. 실제로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폭염이 계속되면 사망자 수가 평소보다 72.9%나 증가하고, 특히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대폭 늘어난다. 기상학자들과 의사들이 폭염을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부르는 이유다.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홍기정 교수는 “높은 온도가 지속되면 말초혈관이 이완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박수가 증가하는 등 심부전증이 발생해 심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폭염에 의한 고온 스트레스는 이밖에 혈관 내피 손상을 촉진시켜 폐부종이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등을 유발해 사망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열사병 발생 시 병원으로 신속 후송 중요=더위 관련 질환 중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열사병과 일사병이다.
태양의 강한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일어나는 일사병은 뙤약볕이 심할 때 오래 서 있거나 행군,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주로 발생한다. 심한 두통과 함께 현기증이 나고 숨이 가쁘며, 심한 경우 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주위에 이런 일사병 환자가 생기면 먼저 차고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헐겁게 한 다음 이온음료나 물을 마시고 안정을 취하게 한다. 일사병 환자들은 이런 응급처치만으로 대부분 정상을 회복한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는 입에 아무 것도 넣어주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하는 게 안전하다.
열사병은 꼭 햇볕을 쬐지 않더라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일사병과 다른 점이다. 주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장시간 작업을 하거나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가 뇌의 시상하부에서 체온조절기능을 하는 중추신경의 마비로 체온이 급격히 높아져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병이다.
더위를 먹었을 때 어지럽고, 기운이 없고, 몸이 나른해지는 단순 ‘열 피로 현상’과 달리 고체온에 따른 현기증, 오심(구역), 구토, 두통, 발한(땀 분비) 정지에 의한 피부건조, 허탈, 혼수상태, 헛소리 등 갖가지 중추신경 이상증상을 보이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발병 직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30∼80%가 죽을 정도로 열 질환은 치명적”이라며 “휴가철에는 밀폐된 공간(창문이 닫힌 차량)에서 잠을 자던 어린이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사고도 종종 발생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현장에서 즉시 환자를 그늘로 옮겨 옷을 벗기고, 물을 뿌리고 선풍기를 틀고, 목과 겨드랑이 및 사타구니에 얼음을 대주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환자의 체온을 식히는 한편, 최대한 빨리 119에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