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 안에 한획한획 예술을 그린다… ‘직업의 세계-일인자’

입력 2012-07-30 18:34


직업의 세계-일인자(EBS·31일 밤 10시40분)

내화(內畵)는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용기 안쪽 면에 그린 그림으로 중국 특유의 미술 공예다. 특별 제작된 가는 붓을 병의 입구로 넣어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청조 때부터 시작돼 2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00명이 안 되는 중국의 내화 예술가 중에서 왕시싼(74)은 단연 최고로 꼽힌다. 1938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1958년 민간예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지어진 공업예술연구소 학생으로 합격하면서 정식으로 내화 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의 내화 예술 작품은 생산된 전량이 외국으로 보내질 만큼 수출 가치가 높았다. 왕시싼은 특유의 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내화 명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그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1966년 문화대혁명을 겪게 되면서 반혁명자의 아들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부친 고향인 허베이성 남동부 도시 헝수이로 쫓겨난 것이다. 베이징에서 자란 그에게 헝수이는 낯선 땅이었다. 맨손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 때마다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오롯이 예술만 바라보고 작품 활동을 계속해오길 50여년, 왕시싼은 현재 중국에서 ‘국가미술공예대사’로 지정될 만큼 이 분야의 최고 명인이 됐다. 전성기에 찾아온 위기를 전환점으로 만들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를 만나보자.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