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국장기자의 London Eye] 변화무쌍한 날씨… 선수단 컨디션 비상

입력 2012-07-30 18:54


영국이 배출한 유명 화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유럽 화단의 거목이랄 수 있는 미켈란젤로, 루벤스, 고흐, 마네, 피카소 등 어느 누구도 영국인은 아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풍경화 작가 윌리엄 터너를 잘 안다. ‘풍경화의 셰익스피어’라며 칭송한다. 그는 구름이 둥실 뜬 런던의 하늘을 그렸다. 하늘 그림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영국인들은 자부한다.

런던의 여름은 연중 최고다. ‘잉글리시 서머’라고 부르는 이때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지중해 못지않다. 안개와 비, 우산으로 연상되는 런던의 날씨와 거리가 아주 먼 이 계절에 사상 세 번째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시샘하듯 변덕스러운 날씨로 돌변하면서 올림픽 경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대회 개막을 앞둔 며칠간 런던의 날씨는 낮기온이 30도를 넘었다. 가을 날씨 같다는 예측과는 전혀 다른 무더위가 이어졌다.

혹시나 하고 준비해 온 긴팔 옷들이 여행가방 속에서 그냥 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개막식 다음날부터 갑자기 낮기온이 떨어지더니 한국의 늦가을을 연상케 할 만큼 차가운 날씨가 이어졌다. 오전 기온은 20도 아래로 뚝 떨어졌다. 선수촌에는 비상이 걸렸다. 여기저기 감기 증세를 호소하는 선수들이 줄을 이었다. 한국 선수단에는 보온에 유의하고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날씨에 가장 민감한 경기는 비키니를 입고 야외에서 하는 비치발리볼이다. 지난 29일 런던 세인트 제임스파크 경기장에서 열린 비치발리볼 미국-호주전에서 미국 선수들이 비키니를 입지 않았다. 미국 선수들은 비키니 유니폼 위에 셔츠를 걸쳤다. 호주 선수들도 긴 바지와 반팔 셔츠를 입은 뒤 셔츠 위에 비키니를 입었다. 미국 시청자들의 편의를 위해 현지시간 밤 11시로 경기시간이 잡힌 탓에 밤 기온이 더욱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경기장 기온은 17도였다고 한다.

양궁 여자단체전 경기가 열린 29일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는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TV가 비치된 미디어석도 비를 피할 수 없었고 그때마다 자원봉사자들은 미리 준비된 비닐 커버로 미디어석을 덮었다. 잠시 후 비가 또 그치면 비닐커버를 벗기고 좌석과 의자에 떨어진 물기를 닦고 또 닦는 게 그들의 짜증스러워보이는 하루 일과였다. “힘들지 않느냐”는 위로의 말에 한 자원봉사자는 “이곳은 런던(This is London.)”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런던의 특징이니 빨리 적응하라는 의미로 들렸다.

런던=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