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회충 ‘톡소카라’ 주의보… 충란 형태 인체 침투 안질환 유발
입력 2012-07-30 18:04
애완동물의 출입이 허가된 공원에서 개나 고양이가 배변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바캉스 시즌은 이런 모습이 전국의 야영장과 해수욕장에서 더욱 눈에 띄는 시기다. 애완동물을 동반하고 휴가를 떠나는 바캉스 족이 많은 까닭이다. 하지만 애완동물의 배설물이 때로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서울 광장동에 사는 최모(54)씨는 개똥으로 인해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최근 들어 사야가 흐릿해지면서 시력이 떨어지자 노안 때문인가 싶어 안과를 방문했다가 뜻밖에도 톡소카라증에 의한 포도막염 진단을 받은 것이다.
톡소카라증은 개에 기생하는 톡소카라(개 회충·사진)가 사람 몸속에 들어가 일으키는 감염증이다. 개 회충이 숙주로 삼은 장기별로 이상증상을 보인다. 포도막염은 거의 대부분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드물게 톡소카라 같은 인수공통 기생충과 바이러스, 외상 등에 의해 발생하는 난치성 안질환이다.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임수진 원장은 30일 “포도막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의 24%에서 개 회충 양성반응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최씨도 그 중 한 사람일 뿐”이라며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개 회충은 주로 강아지나 고양이의 소장에 기생하다가 배변 시 방출돼 충란 형태로 흙과 모래 속에 섞여 있다가 사람의 손과 입을 통해 인체에 침투, 톡소카라증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톡소카라증에 의한 피해를 줄이려면 애완동물을 데리고 외출했다가 귀가한 뒤에는 반드시 애완동물의 몸을 깨끗이 씻기고, 주기적으로 기생충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무엇이든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애완견 배설물 처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주기적으로 구충제를 먹이지 않은 개의 경우 입을 맞추는 것도 삼가야 한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홍성태 교수는 “어린 강아지라도 일단 개 회충에 감염되면 3∼4주 만에 많은 양의 개 회충 알을 전파시킬 수 있다”며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개 회충 감염에 의한 포도막염 등의 예방을 위해 1년에 두 번 정도 애완견에 구충제를 먹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