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홍중] 원자력, 이제 사람이 변해야 한다
입력 2012-07-30 18:34
우리나라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으로 국민생활향상과 복지증진에 기여하고자 1958년 2월 원자력법을 공포하고 1978년 4월 외국업체 주도하에 고리 1호기를 건설하였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과거 1977년에 전력 생산부문 석유 의존도가 사상 최고인 89%를 상회할 정도로 위급한 수준까지 도달했는데 원전의 전력생산으로 때마침 위기를 모면했었다.
그 이후 외국기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자립을 위한 열정과 땀의 결실로 1999년 12월 국내업체 주도하에 울진 3, 4호기를 준공하여 원전역사 20년 만에 한국표준형 원전(OPR1000) 모델을 완성했다. 이를 토대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원자로(APR1400)를 개발하여 신고리 3, 4호기 건설과 더불어 2009년 12월 UAE원전 수주를 성사시켜 원전 수출이라는 첫 발을 내딛었다.
원전 운영상 우수성 또한 지속적 성장을 보여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 도입 이후 단 한 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불시고장 등으로 인한 발전기 정지시간을 집계한 비계획 발전 손실률은 2005∼2007년 평균 0.8%에 불과해 원전 선진국인 미국의 1.5%, 일본의 7.9%는 물론 세계 평균 4.4%보다 낮은 세계 최저 수준인 만큼 원전 운영 효율성이 높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 독립조사위원회(NAIIC)가 발표한바 초자연 재해에 힘없이 무너진 근본원인은 집단주의, 매뉴얼 집착, 지시에 순응하는 국민정서 등 일본 문화가 반영된 결과로 ‘완전한 인재(人災)’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원자력발전협회(INPO)에서는 지난 몇 년간 주요사건 발생원전에 대한 검토 결과 모든 발전소에서 안전문화가 최우선시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위험을 사전에 알 수 있는 경고 신호를 수년 전 발표한 바 있다. 즉, 우수한 성능지표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는 자만심, 타 발전사 및 국제기구 등과 교류를 거의 안하는 고립주의, 의견에 방어적이고 문제제기 및 참여하지 않는 부적절한 대내외 관계, 규정 미준수와 엔지니어링에 약하거나 설계기준이 지켜지지 않는 취약한 운영기술 등이다.
부적절한 인적행위가 소홀히 여겨지며 발전소가 운전 중일 때 시정조치가 연기되는 전력생산 우선주의도 안전에 심각한 위협요소로 지적됐고 좋은 소식만 전하는 자기비판 부족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인력이 원전의 안정성 증진에 핵심적인 역량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서적인 답습은 지양하고 새로운 문화 창출이 필요한 시기이다. 원전사업을 담당하는 모든 직원이 십시일반(十匙一飯) 같은 목표를 향해 주어진 원전 설계부터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주어진 모든 요소의 역량을 결집하여 부정적인 요소를 제로화할 수 있도록 더욱 안전한 원전으로 보답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최근 고리1호기 정전사고 은폐와 비리는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또한 지금까지 쌓아 왔던 원전 기술자립 및 UAE 원전수출, 최고 수준의 운영능력 등 세계적인 원자력 위상에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과 미국원자력협회의 경고신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람의 중요성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필사즉생(必死卽生)의 각오도 필요하지만 원자력 국제기구 등이 제시하는 원전 종사자들의 인적행위를 개선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시스템 운영이 절실한 때이다. 이제는 사람이 변해야 할 차례이다.
최홍중(한수원 월성본부 계측제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