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해지는 세계의 견제, 더 강해지는 한국 양궁

입력 2012-07-30 18:31

자랑스러운 태극낭자들의 올림픽 7연패

한국 여자양궁이 올림픽 7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양궁 여자단체 결승전에서 이성진 최현주 기보배 선수는 강적 중국을 1점차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 여자단체전 종목이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7연속 금메달이다. 팍팍한 살림살이와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시원한 청량제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공인된 양궁 강국이다. 여자 개인전에서는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6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런던올림픽 양궁에 출전한 40개국 가운데 12개국 지도자가 한국인이다. 남자 단체전에서는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지만 금메달을 딴 이탈리아를 비롯해 은메달 미국, 4강에 오른 멕시코 모두 한국인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여러 나라에서 한국인 양궁 지도자는 반드시 갖춰야 할 아이템”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을 정도다.

한국 양궁이 30년 가까이 세계 최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흔히 동이족(東夷族)은 원래 활을 잘 쏜다고 말하지만 김진호 선수가 7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샛별로 떠오를 때까지 한국 양궁은 세계 수준과 거리가 멀었다. 72년 뮌헨올림픽과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양궁 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고도 메달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 설움을 피나는 노력과 끊임없는 훈련으로 극복했다. 세계양궁협회가 한국의 메달독식을 막기 위해 수없이 룰을 바꿨지만 그에 맞는 훈련법을 개발해 정상을 지키고 있다. 기업들은 한국 양궁의 성공 원인을 분석해 경영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 양궁이 세계를 제패하는 동안 양궁 관련 기업도 함께 성장했다. 활을 만드는 기술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위다. 국산 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나머지 30%는 사고 싶지만 비싸서 사지 못한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한글이 적힌 가슴보호대를 착용한 외국 양궁선수들이 TV 화면에 포착됐다. 다양한 종류의 활쏘기가 사회체육으로 자리 잡은 유럽에서는 한국선수를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팬도 적지 않다. ‘스포츠 한류’의 가능성을 양궁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양궁은 엘리트 종목에 머물고 있다. 보통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수생활을 시작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가대표팀에 선발된다. 비인기종목이 대부분 그렇듯 양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딸 때뿐이다.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고 직접 해보고 싶어 하지만 주변에 활을 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제 양궁을 ‘보는 스포츠’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볼 때다. 정부가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양궁 관계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안 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