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품격남 박태환… 銀불구 잇단 쑨양 배려 발언
입력 2012-07-30 19:57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400m 결승에서 박태환은 3분42초06을 기록, 3분40초14로 올림픽기록을 작성한 쑨양(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박태환은 금메달보다 더 밝게 빛나는 품격을 보여줬다. 예선의 실격 번복 파동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은 모습은 박태환을 ‘진정한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겨우 23살이지만 박태환이 최근 보여준 멘탈은 금메달 이상이었다. 21일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라이벌 쑨양과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자 박태환은 “쑨양은 좋은 선수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은 쑨양과의 싸움이 아니라 내 기록과의 싸움”이라며 자신만의 레이스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28일 오전 400m 예선에서 박태환은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지만 전광판을 통해 자신이 실격처리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황할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심지어 “왜 실격을 당했느냐”는 기자의 무례한 질문에 미소까지 지어가며 “레이스에는 문제가 없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지켜봐야겠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3시간 뒤 국제수영연맹이 판정 실수를 인정함에 따라 박태환은 오후 결선에 진출했다. 오심 논란과 판정 번복으로 컨디션 조절과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데도 은메달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박태환은 은메달에 머문 것에 대해 “실격 판정 영향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핑계를 대지 않았다. 나아가 “은메달도 값진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함께 출전한 다른 선수들의 도전을 존중했다. 기자회견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인터뷰 도중 “내일 하면 안 되겠느냐”며 잠시 눈물을 보였으나 다시 표정을 고치고 외신 기자와의 인터뷰까지 성실하게 끝마쳤다.
그리고 시상식 직후 박태환은 가장 높은 시상대에 선 쑨양을 웃는 얼굴로 축하해줬다. 박태환은 “같은 아시아인인 쑨양이 금메달을 따서 기분 좋다. 우리 아시아인이 수영에서 강한 힘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9일 자유형 200m 준결선에서 쑨양과 함께 결선행을 확정지은 후 박태환은 쑨양의 견제에 대해 “쑨양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나를 롤모델로 삼고 견제하다니 영광”이라며 겸손함까지 드러냈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박태환은 ‘신사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