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뇌관으로… 연체율 1.44%로 주택보다 높아

입력 2012-07-30 19:04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상업용 대출)의 건전성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대출 규모가 주택담보대출에 육박하는 데다 연체율도 급증했다. 은퇴자 창업,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가 맞물린 탓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상업용 대출은 196조8000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223조8000억원)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상업용 대출은 2009년 1.2%(전년 말 대비)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010년 8.0%, 지난해 11.9%에 이어 올 들어 5월까지 4.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각각 3.2%, 6.7%, 8.4%, 0.9%)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상업용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리스크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상업용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5월 1.44%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93%)보다 훨씬 높다. 이미 이자 연체가 시작된 대출을 일컫는 ‘요주의’ 여신 비율 역시 지난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0.62%)의 3배가 넘는 2.02%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8.4%를 기록해 주택담보대출(29.4%)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높다.

또한 상업용 대출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대출의 58%를 개인사업자와 가계가 빌렸다. 주로 영세 소매상이나 음식업종 등의 자영업자가 많은 상가담보대출 비중도 35%로 전체 상업용 대출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경기 둔화에 따른 연체율 상승,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상업용 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감정가격에 비해 대출액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문제다. LTV 70% 초과 대출 비중만 18.5%로 약 5명 중 1명꼴이다. 전체 상업용 대출에서 담보가액 대비 대출액 비율이 경매 낙찰가율을 웃도는 대출의 비중도 25.6%에 달한다. 예를 들어 감정가 10억원인 상가를 담보로 은행에서 7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상가를 경매로 처분해봤자 7억원을 못 받는 사람이 4명 중 1명꼴이라는 의미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러한 비중은 0.9%로 1000명 중 1명도 채 안 된다.

한은 관계자는 “올 들어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높아지고 경매 낙찰가율은 낮아지면서 취약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평가했으나 앞으로 상업용 대출의 건전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