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최태원 구명 탄원서’ 논란… 비판일자 “깊이 생각했어야” 시인
입력 2012-07-30 22:16
안철수(얼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년 전 분식회계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위해 탄원서에 서명했던 일이 알려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 원장은 30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과거 이력과 관련한 사실상 첫 검증 시험대에서 곧바로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더욱 거세질 검증 및 네거티브(흑색선전) 공세도 이 같은 ‘안철수식(式) 돌파’로 대응하리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태원 구명’ 논란=안 원장은 2003년 4월 최 회장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들과 함께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벤처(Venture)’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브이소사이어티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최 회장 주도로 2000년 결성된 최고경영자(CEO) 친목모임이다. 안 원장은 재벌 2·3세 기업인(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등), 유명 벤처기업인(휴맥스 변대규 사장, 다음 이재웅 사장 등)과 함께 이 모임 회원이었다.
안 원장을 향한 비판은 재벌 총수 구명에 나섰던 이력이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재벌개혁 및 사법정의 구현 주장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저서에서 “주주일가의 사적이익 추구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불신과 불공정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또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쉽게 사면하는 관행도 바뀌어야 정의가 선다”고도 했다.
이에 안 원장은 보도자료에서 “벤처 육성 취지에 공감해 단체에 동참했다”며 “10년 전 탄원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그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 왔다. 인정에 치우칠 게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들이 한국 경제에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나 그 역할과 비중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새누리 검증 공세 본격화할 듯=새누리당은 ‘최태원 구명’ 문제를 신호탄으로 안 원장에 대한 대대적 검증 공세에 나설 태세다. 김영우 대변인은 이날 “우리도 이제 제대로 된 공세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오래전부터 안 원장 관련 정보를 방대하게 수집해 왔다는 소문은 여의도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박근혜 캠프 사령탑인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이 10년 전 일이면 다 기억할 텐데 완벽한 사람처럼 처신해 왔다”며 “그가 성인(聖人)인 척하고 있는 게 곧 판명날 것”이라고 공격했다. 친박계 조원진 전략기획본부장도 “안 원장이 백지처럼 깨끗하다고 국민들이 착각하지만 원래 깨끗한 종이에 먹물이 한 방울 튀면 엄청나게 퍼진다. 이제 검증이 시작될 테고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호 유성열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