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기보배가 ‘보배’였다… 마지막 9점 관통 1점 차 극적 승리

입력 2012-07-30 19:23


부슬비가 내렸지만 선수들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치 궂은 날씨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비가 거셀수록 태극낭자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경기 도중 하늘에는 무지개가 떠 한국팀의 우승을 미리 축하해주는 듯했다.

29일(현지시간)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여자양궁 단체전 결승전. 마지막 세 발을 남기고 한국은 중국에 184-182, 2점 차로 앞서 정상이 보이는 듯했다. 중국이 9, 9, 9점을 쏘아 209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부진하던 이성진(27·전북도청)이 9점을 쐈지만 2엔드부터 5차례 연속 10점을 쏜 최현주(28·창원시청)가 8점에 그쳐 위기를 맞았다. 8점을 쏘면 슛오프 연장전으로 가고, 9점 이상을 쏴야 우승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대표선수 중 가장 경험이 많은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는 중국 관중의 술렁거림에 찬물을 끼얹으며 9점 과녁에 화살을 꽂았다. 1점차의 짜릿한 우승.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대회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기보배는 “마지막 발을 앞두고는 내 루틴대로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대범하게 했다. 그래도 어깨는 무거웠다”고 말했다.

결승전 직전 갑자기 내린 부슬비 속에 먼저 사대에 나선 한국은 첫 세 발을 7, 8, 6점을 쏴 불안한 출발은 보였다. 하지만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첫 세 발은 8, 7, 8점. 하지만 곧바로 비에 적응한 한국은 1엔드에서 남은 세 발을 9, 9, 10점을 쏘며 중국에 2점차 리드를 잡았다.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을 이용해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격인 2엔드는 102-102로 비겼다. 맨 먼저 쏜 이성진이 부진했지만 한국은 맏언니 최현주가 2엔드부터 5발 연속 10점을 쏘며 한국의 근소한 리드를 이끌었다.

최현주는 “최근 어깨부상 때문에 인대강화제 주사를 맞아 감을 잃고 헤맸다”며 “동료들에게 미안해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28세의 최현주는 지난해 전국체전 동메달이 국내 대회 최고 성적일 만큼 철저한 무명선수였다. 로이터 통신은 최현주 탓에 한국의 독주가 끝날 것으로 전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최현주가 74점, 이성진이 66점, 기보배가 70점을 쐈다. 장영술 총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최현주가 정말로 잘해줬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