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주연] 서울 촌놈의 미술관 피서

입력 2012-07-29 21:04


가장 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올 여름이 제일 덥다”라고 느끼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금년이 제일 덥다. 열대야로 뒤척거린 후유증으로 낮에는 피곤에 지쳐있다. 공공장소의 실내온도를 25도로 유지하라는 정부 시책 때문에 에어컨 바람으로 사무실 피서를 즐겼던 것은 옛 이야기다. 게다가 규정상 재킷을 입어야 해서 더 더운지 모르겠다. 열기와 습기에 접하는 내 몸의 표면적을 줄일까 생각해보지만 단시간에 변화될 리 만무하다.

그래도 여름휴가로 더위 탈출의 꿈을 꿀 수 있어 희망차다. 삼삼오오 모이면 휴가 계획을 나누는 것이 즐거움이다. 이번 여름에는 제대로 서울을 즐겨보리라 작정했다. 해외로 갈 때는 인터넷을 뒤적거리면서 계획을 짜서 속속들이 즐기지만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가 본 적 없는 곳 투성이다.

‘서울 즐기기’ 계획을 짜는 가운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품 하나에 수억 원이 넘는 예술 작품이 해외 전시를 하러 올 때 007작전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위장하고, 상자마다 에어컨 같은 것을 부착해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킨다. 기후나 진동의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해 비행기로 들여와 특수 운송차량을 통해 전시장으로 이동한다.

여기에다 여행 후유증을 없애기 위해 3일 정도 수면 기간을 거친 후에야 전시된다고 하니 할리우드 특급 스타보다 더 까다롭다. 조상들의 얼이 담긴 유물들에 대해서는 아예 법에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켜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 예술품과 유물은 25도 치외법권 지역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이들과 함께하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겠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본 어떤 영화에서 평범한 여주인공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으로 달려가 아름다운 미술품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그때 뉴욕은 저렇게 좋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지척에 있구나, 문화적 풍요로움을 마음껏 누리고 있구나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휴가를 계획하다가 보니 ‘루브르박물관-신화와 전설’ ‘미국-한국 미술을 만나다’ 등 괜찮은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무지하고 게을렀는지…. 이번 여름휴가는 미술관으로 피서를 떠나보련다. 그러면 더위도 피하고 내 삶은 문화로 더욱 풍요롭게 채워질 것이다.

안주연(웨스틴조선 호텔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