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산기지 고밀도개발 제동걸 것”

입력 2012-07-29 05:03


2016년 반환되는 용산미군기지의 유엔사·수송부·캠프킴 부지에 대한 정부 개발계획에 서울시가 제동을 걸 방침이다. 최고 50층 높이 건축물이 들어설 수 있는 고밀도 복합시설조성지구는 당초 용산공원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9일 복수의 서울시 고위관계자들에 따르면 시는 조만간 국토해양부와 국방부에 이들 부지 상업화 계획 전면 수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는 박원순 시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 3월 상업화 계획의 타당성을 종합 검토한 결과 ‘계획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박 시장이 ‘고급주택단지 건설은 이 일대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결과다. 시 차원에서 상업화를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국토부·국방부와의 협의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동의한 것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박 시장의 의지가 강하게 실린 만큼 용산미군기지 개발 계획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현재 용산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해 시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협의권에 국한된다.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용산공원 정비구역을 지정할 때 시장과 협의 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30명 이내로 구성되는 위원회엔 부시장도 포함된다. 시는 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피력하고, 환경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정부 부처에 이의제기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에 따르면 용산미군기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 본체 부지 243만㎡가 국가공원으로 조성된다. 그러나 용산구청 인근 유엔사(5만1753㎡)와 수송부(7만8993㎡) 부지, 남영역 인근 캠프킴(4만8399㎡) 부지 등 약 18만㎡에는 최고 50층 높이의 초고층 고급주택단지와 상업단지, 명품 디자인 거리 등이 들어선다.

이들 부지 개발권은 LH가 갖고 있다. LH는 용산미군기지가 옮겨가는 경기도 평택에 약 3조4000억원 규모의 미군 주택·병원·학교 등 부대시설을 지어주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유엔사 부지 등을 넘겨받았다. 반드시 개발이익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들 부지도 용산공원지구에 포함시키든지, 공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용산미군기지 부지는 상업적인 고밀도 개발보다는 당초 취지대로 국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게 맞다”며 “쉽지 않지만 관련 부처와 협의해 반드시 합리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지 소유권자인 국방부와 총체적인 설계를 담당해 온 국토부는 시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오 전 시장 때 확정·발표한 종합기본계획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