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상통화 해녀 “잘 들리네, 좋네!”

입력 2012-07-29 20:29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백령도 두무진 포구에서 50m 떨어진 명승 8호 선대암 앞으로 지난 27일 작은 고깃배가 나타났다. 배엔 해녀복을 입은 김호순(64) 할머니가 앉아있었다. 이때 SK텔레콤 직원이 갤럭시S3를 할머니에게 건넸다. 스마트폰 속으로 서울 을지로2가 SK텔레콤 사무실에 있는 여직원 얼굴이 나타났다. 영상통화가 어색한 듯 주춤하던 김 할머니는 이내 감탄사를 연발했다.

“잘 들리네, 좋네…. (여직원을 보더니) 예쁘네.”

50여년간 물질만 해온 김 할머니에게 롱텀에볼루션(LTE)이나 LTE 음성통화인 VoLTE 등 기술적 용어를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잘 들리고 잘 보이면 그만이었다.

SK텔레콤이 백령도에서 27∼28일 양일간에 걸쳐 VoLTE 서비스인 ‘HD보이스’를 시연했다. 서울보다 평양이 가까운 백령도는 통신 환경에선 철저히 소외된 지역이었다. 해무라도 짙게 끼면 휴대전화는 물론 유선전화, 인터넷도 끊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품질 개선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서해 5도 지역에 마이크로웨이브(MW) 장비 및 전송망 증설, 통신망 우회 시설 구축을 완료했다. MW는 광케이블을 설치하기 어려운 도서 산간 지역에 기지국과 기지국을 연결해 주는 장치다. 해무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 무선 통신 장비를 설치하는 철탑의 높이도 30m나 높였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HD보이스의 음질은 기존 음성통화보다 깨끗해졌다. 데이터 전송도 빨랐다. 28일 백령도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 안에서 LTE망으로 T스토어에서 121분짜리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하는 데 5분이 걸렸다.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김 할머니의 아들인 공덕식(42)씨도 백령도가 관광지역으로 활성화되는 데 LTE의 역할이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씨는 “다시마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데 예전엔 전화나 인터넷이 자주 끊겨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이젠 인터넷이나 전화로 손님들의 접수를 받기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백령도 여객선터미널도 LTE망 도움을 받았다. 2주 전 인터넷 문제로 발권시스템이 멈췄는데 이때 LTE망 덕에 무사히 업무를 처리했다.

백령도 유일의 통신사 상주 직원인 SK텔레콤 심효신(49) 과장도 “날씨만 안 좋으면 가족이 아파도 주변에 연락을 못할 정도였는데 LTE가 들어오니 정말 좋다”고 말했다.

백령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