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선수단 발빠른 대응이 ‘박태환 판정 번복’ 일궜다

입력 2012-07-29 20:30


박태환이 28일(이하 현지시간) 실격 처리되고 다시 번복되기까지 5시간 동안 선수단에는 초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국수영의 유일한 금메달 후보인 박태환이 자신의 주종목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했다는 소식에 선수단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긴박했던 5시간=오전 11시쯤 박태환이 실격되자 이기흥 단장은 즉각적인 이의신청을 지시했고 단 22분 만에 이의신청서를 만들어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했다. FINA 규정에 따르면 30분 안에 항의서를 내지 않으면 접수되지 않는다. FINA는 그러나 “판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박태환의 ‘무혐의’를 믿은 선수단은 규정에 따라 다시 항소를 했다. 항소심은 FINA가 자체 촬영한 비디오로 판정하는 마지막 항의수단이다. 오후 2시30분부터 4시까지 열린 항소심에서 FINA는 박태환이 출발 직전 비록 어깨와 몸을 움직였지만 미리 출발하려는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 박태환의 손을 들어줬다.

◇번복 배경=선수단이 이처럼 즉각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억울한 판정이 없도록 이의신청 매뉴얼을 만드는 등 대한체육회의 사전 준비가 철저했던 덕분이다. 체육회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부당한 판정에 즉각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매뉴얼 제출 요령을 종목별 선수단에 배포하고, 현장에 영어 요원을 배치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체조에서 양태영이 심판 착오로 금메달이 동메달로 바뀌었지만 하루가 지나 이의신청을 하는 바람에 판정 번복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이와는 별도로 대한수영연맹의 스포츠 외교력도 한 몫을 했다. 이날도 항소심이 진행되는 중간에, 밖에서 숨 죽이며 결과를 기다리던 이기흥 단장에게 “박태환에게 결승전 준비를 시키라”며 번복을 암시하는 귀띔을 FINA 고위 관계자가 해줬다는 후문이다.

◇어떻게 번복될 수 있었나=출발심판이 “Take your marks(선수들 제자리에)”라고 선언하면 선수들은 출발 버저가 울리기 전까지 움직여서는 안 된다. 다만 최근에는 이 규정이 완화돼 고의성이 없는 한 부정출발로 실격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카메라 플래시나 관중들의 함성소리에 놀라 움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을 지도하는 마이클 볼 코치는 “50차례나 비디오를 돌려봤지만 박태환의 잘못을 찾을 수 없었다”며 심판판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수영은 스타트에서 출발 반응 속도가 0.43초를 넘으면 유효한 출발로 인정된다. 출발신호를 미리 예측하는 선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박태환은 예선경기에서 출발반응속도 0.68초를 기록했다. 박태환이 출발신호를 예측해 미리 움직이지 않았다는 증거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