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직장인 유모(31)씨는 최근 몸에 독소를 빼 체중감량을 유도한다는 ‘디톡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아내가 “여자도 아니고 쓸 데 없는 데 돈을 쓴다”고 면박을 줬지만 그의 다짐은 굳건하다. 유씨는 “주변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하니 관리를 안 할 수가 없다”며 “5㎏ 감량이 목표”라고 말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이어트와 외모 꾸미기에 적극적인 20∼30대 젊은 남성이 크게 늘고 있다. ‘그루밍족(외모를 가꾸는 데 금전적 투자나 노력을 아끼지 않는 남성)’으로 불리는 이들 덕분에 관련 시장은 불황을 모르고 성장하고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그루밍족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비비크림 같은 화장품은 기본이고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보정 속옷에도 남성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남성 전용 보정 속옷의 구매량이 지난해보다 31% 늘었다. 엉덩이 부분을 도드라지게 해주는 ‘보엠 남자 힙업팬티’나 뱃살을 감춰주는 ‘메타머슬벨트’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1번가의 경우에도 남성들이 다이어트 보조식품, 운동기구 등을 많이 찾으면서 지난해보다 관련 상품 매출이 27% 상승했다. 특히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남성들이 닭가슴살을 찾으면서 ‘훈제 닭가슴살’의 매출은 75%나 뛰었다. CJ제일제당의 남성전용 다이어트 제품 ‘디팻옴므’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G마켓 관계자는 “과거 남성들은 운동 위주로 다이어트를 했는데 요즘에는 다이어트 식품이나 보정 속옷을 함께 사용해 효과를 높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각종 다이어트 체험 프로그램에 남성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도 달라진 현상이다. 대상 웰라이프는 최근 다이어트 제품인 레디톡 체험단을 모집했는데 남성 직장인이 몰리면서 50명 정원 중 19명을 남성으로 선발했다. 대상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남성들의 참여가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늘어났다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가꾸는 남자 ‘그루밍족’ 덕분에… 다이어트 시장 웃는다
입력 2012-07-29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