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남현희 노메달 눈물

입력 2012-07-29 22:18


4년 전의 아쉬움이 반복된 경기였다.

‘미녀검객’ 남현희(31·성남시청)는 2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펜싱 여자 플뢰레 준결승과 3∼4위전에서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잇달아 패해 4위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특히 두 번 모두 4년 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4초를 앞두고 역전을 허용했을 때와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남현희의 세계 랭킹도 2위에서 3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남현희는 준결승에서 3세트 초반 9-5까지 달아나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반격에 나선 엘리사 디 프란시스카(30)의 공세로 3세트 막판에 10-10 동점을 허용했다. 남현희는 서든데스인 연장전에서 회심의 마지막 공격을 선보였지만 검끝이 상대의 어깨를 빗나가며 오히려 상대에게 유효타를 허용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불운은 3∼4위전에서도 계속됐다. 남현희는 4년 전 4초의 악몽을 남긴 ‘천적’ 발렌티나 베잘리(38)에 맞서 경기 종료 22초 전까지 12-8로 앞섰다. 하지만 베잘리의 공격에 물러섬을 반복했고, 결국 종료 1초를 남기고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전에선 또다시 패하고 말았다.

베잘리는 20년 가까이 여자 펜싱 플뢰레 종목을 지배해 온 절대강자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로 베이징올림픽까지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엔 동메달에 그쳤지만 그가 속한 이탈리아팀은 이 종목 금·은·동을 모두 휩쓸었다.

남현희의 키는 1븖55다. 펜싱 선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팔 길이에서 유럽 선수들에 비해 5∼20㎝ 뒤진다. 하지만 남현희는 빠른 발로 이를 극복해 왔다. 상대방과 거리를 조절하며 틈을 노리는 경기 운영은 세계 정상급이었다.

펜싱협회 관계자는 “마지막 순간에 남현희가 소극적으로 임한 게 너무 아쉽다”며 “서로를 너무나 잘 알기에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잘리는 남현희에 대해 “그는 강한 선수이고,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다시 맞붙는 여자 단체전은 다음 달 2일 열린다.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