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으로 경선 흥행 제로… 안철수만 수혜
입력 2012-07-29 20:02
2012년 여름 지구촌은 뜨거운 축제 열기에 휩싸였지만 한국 정치권은 먹구름이 잔뜩 꼈다. 런던올림픽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여야 대선후보 경선은 더욱 소외되고 있다. 마음 편하게 올림픽을 관전하는 대선주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뿐일 듯하다. 올림픽이 시작됐어도 ‘안철수의 생각’은 계속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은 경선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오히려 하락했다.
2위 싸움이 치열하리란 전망도 무색해졌다. 26∼2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은 33.2%, 김문수 경기지사 3.3%, 안상수 전 인천시장 1.0%, 김태호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각각 0.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경선 시작 직전인 16∼20일 조사(박 전 위원장 37.8%)보다 지지율이 주저앉았거나 답보 상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29일 “1위가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2위가 치고 올라와 역전 드라마를 펼치는 것도 아니어서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올림픽이 끝나는 다음 달 13일까지 합동연설회 방송토론회 등 빡빡한 일정을 잡아놓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올림픽에 가 있어 ‘그들만의 리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민주통합당은 더 답답하다. 30일 예비경선(컷오프) 통과자 5명을 발표한 뒤 올림픽 기간 동안 아예 ‘개점휴업’ 상태를 거쳐 다음 달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본경선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예비경선 기간에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이 기간 안 원장의 책이 출간되고 올림픽이 개막하면서 내부에서조차 “완전히 장사를 망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치 신인’ 안 원장만 절묘하게 일정을 잡아 대선주자 중 런던올림픽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올림픽 개막 전에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고 SBS ‘힐링캠프’에 전격 출연하며 지지율을 대폭 끌어올린 상태다. 올림픽 기간 중 그의 지지율을 다시 끌어내릴 정치 이벤트가 만들어지기도 어렵다. 박 전 위원장 캠프의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독서가들 입장에선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이라고 폄훼했지만 ‘안철수의 생각’은 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이 매일 집계하는 일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올림픽이 끝나고 정치의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안 원장이 출마선언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이어가리라 전망한다. 여야 경선 결과에 따라 대권주자 지지율에 조금씩 변화가 있겠지만 안 원장의 상승세가 쉽게 꺾이진 않으리란 것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여야 경선의 컨벤션 효과가 지지율에 반영될 때쯤 안 원장 특유의 ‘정치’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실장은 “박 전 위원장은 오랫동안 노출돼 왔고, 야당 주자들은 주목을 못 받는 상황이라 경선의 컨벤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