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위트와 반전이 돋보인 개막식… 베컴도 양보한 ‘깜짝 聖花’

입력 2012-07-29 22:33

베일에 싸여 있던 런던올림픽 성화 점화자는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도, 올림픽 영웅 레드 그레이브도 아니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성화에 불을 붙인 점화자는 7명의 10대 스포츠 꿈나무들이었다.

이번 성화 점화는 기존 올림픽에서 해왔던 방식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기존엔 개최국이 자랑하는 스포츠 스타가 성화대에 불을 붙였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엔 16∼19살 사이의 어린 선수 7명이 깜짝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컬럼 에일리(요트), 조단 더킷(2012년 런던올림픽 청소년 대사), 데지레 헨리, 케이티 커크, 아델 트레이시(이상 육상), 캐머런 맥리치(조정), 에이든 레이놀즈(창던지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영국을 대표할 것으로 꼽히는 스포츠 유망주들이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남자 평영 100m 금메달리스트인 던컨 굿휴, 2004년 아테네올림픽 800m와 1500m 우승자 켈리 홈스 등 영국의 올림픽 스타 7명이 이들을 지목했다.

이날 베컴은 배를 타고 템스강을 통해 운동장에 도착한 뒤 그레이브에게 성화를 전달했다. 그레이브는 성화를 들고 운동장에 들어서 7명의 선수에게 넘겼다. 어린 선수들은 성화를 바꿔 들면서 운동장을 한 바퀴 돈 뒤 스포츠 영웅들과 포옹을 나누고 무대 중앙으로 모였다.

이들은 주경기장 가운데 있는 205개의 꽃잎 모양 사발에 차례로 불을 붙였다. 불은 순식간에 옆 사발로 번졌고 숨죽여 바닥에 누워 있던 ‘꽃잎’들은 하나 둘 몸을 일으켜 하나의 ‘성화(聖花)’로 타올랐다. 205개 참가국이 차별 없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대회 슬로건인 ‘하나의 삶(Live as One)’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성화는 런던올림픽 기간 중 활활 타오르다 폐막식 때 각국 대표팀들이 꽃잎 하나씩을 갖고 본국으로 돌아가 사라지게 된다.

이번 개막식에선 영국 특유의 위트와 반전이 돋보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화 '007' 시리즈를 패러디한 영상에 직접 '본드걸'로 출연하기도 했다. 최고 권위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불의 전차’를 연주할 땐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이 키보드 연주자로 참여해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