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박태환, 아쉽지만 잘했다
입력 2012-07-29 01:50
실격 위기 딛고 자유형 400m 결승 값진 銀
탕!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선 출발 신호가 울렸다. 6번 레인의 박태환(23·SK텔레콤)은 8명 중 가장 빠른 0.67초의 출발 반응속도를 보이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박태환은 오버페이스를 했다. 300븖 구간을 찍었을 때 기록은 2분46초63. 세계신기록에 해당하는 당당한 1등이었다. 그러나 턴을 하고 나서 쑨양(21·중국)에게 추월당했다. “300m 지점부터 치고 올라오는 쑨양을 봤지만 따라잡을 수 없었다”고 박태환은 레이스를 끝낸 뒤 털어놓았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의 아쿠아틱스 센터의 공동 취재구역. 늘 해맑게 웃던 ‘마린보이’ 박태환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자유형 400m 결선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3분41초53)에 못 미치는 3분42초06을 기록, 맞수 쑨양에게 금메달을 내준 뒤였다. 박태환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하루였다.
박태환은 이날 오전 예선 3조 레이스에서 1위로 골인했으나 출발 전 움직였다는 심판의 지적에 따라 실격 처리돼 이번 대회 최대 불운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의 즉각적인 이의신청으로 재심 끝에 기적적으로 판정이 번복돼 전체 4위로 결승에 올랐다. 판정이 번복되기까지 “계속 숙소에서 기다렸다”는 박태환은 “그 판정의 영향이 결선에서 나왔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실격 소동’으로 컨디션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
박태환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며 “남은 200m와 1500m에서 준비를 잘해 설욕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인터뷰 막판 “혹시 울었느냐”는 질문에 감정이 북받친 듯 “인터뷰 내일 하면 안 돼요? 죄송해요”라고 말하더니 눈물을 쏟아냈다.
아쉽게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자유형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루는 데 실패했지만 박태환의 은메달은 값진 것이다. 한국의 수영 등록선수는 4000여명에 불과하다. 중국은 약 50만명, 일본은 약 18만명이 등록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박태환은 예선에서 뜻하지 않은 ‘실격 파동’까지 겪으며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 400m 금메달에 이어 런던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것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네티즌들도 “금메달보다 더 값진 은메달”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며 박태환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듯 박태환은 29일 자유형 200m 예선을 마친 뒤 “어제 일은 다 잊으려한다”며 환한 모습을 되찾았다.
한편 ‘명사수’ 진종오(33·KT)는 이날 런던 그리니치파크의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또 임동현 김법민 오진혁으로 이뤄진 남자 양궁 단체전과 남자유도 66㎏급의 조준호(24·한국마사회)가 동메달 1개씩 땄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