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양궁 세계 4강은 ‘메이드 인 코리아’
입력 2012-07-29 19:53
런던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의 진정한 챔피언은 한국 지도자들이다.
28일(현지시간) 런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양궁 단체 결승전에 나선 이탈리아와 미국의 감독은 한국인이었다. 3-4위전을 치른 한국과 멕시코의 감독도 모두 한국인이어서 한국 출신 지도자들이 메달을 휩쓴 셈이다. 이번 대회 양궁 경기에 참가한 40개국 중 한국인이 지도자로 나선 나라는 모두 12개국이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는 최근 “반도체, 선박,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양궁 감독을 포함하라”면서 한국 양궁 감독의 우수성을 집중 소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 첫 금메달을 안긴 지도자는 석동은(57) 감독이다. 석 감독은 ‘한국 양궁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석봉근 전 대한양궁협회 고문의 아들이다. 석 감독은 1972년과 1976년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체육회의 소수 정예 방침에 따라 올림픽 무대는 밟지 못한 비운의 선수였다. 석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접고 1991년 홀연히 이탈리아로 떠나 기계류 무역에 뛰어들었다. 활을 놓지 못해 현지 클럽팀에서 활동하던 그는 이탈리아협회의 요청으로 2001년 감독을 맡게 됐다.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결승에서 석 감독의 제자인 미켈레 프란질리가 당시 17세이던 임동현(청주시청)을 꺾고 챔피언이 됐다. 역시 그가 조련한 마르코 갈리아조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탈리아는 베이징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한국에 져 준우승한 데 이어 이번 대회 결승에서 미국을 1점 차로 꺾고 금메달도 가져갔다.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꺾은 미국의 이기식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까지 한국 대표팀을 이끌다 호주 대표팀 감독으로 변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사이먼 페어웨더)를 조련해냈다. 2005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이 감독은 랭킹 1위인 브래디 엘리슨을 조련하면서 미국을 단체랭킹 1위로 급상승시켰다. 미국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한국에 5점 차로 승리를 거두고 한국팀의 올림픽 4연패를 저지했다. 한국과 동메달을 다툰 멕시코는 한국 대표팀 코치 출신인 이웅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 이제 한국 양궁의 최대 적은 바로 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출신 감독이 돼 버린 것이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