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돈 안된다” 수수방관… 약발 안받는 체크카드 활성화
입력 2012-07-29 20:50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추진해온 체크카드 활성화 대책이 겉돌고 있다. 카드업계는 ‘돈이 안 되는’ 체크카드를 외면하고 ‘돈이 되는’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서비스(사용대금을 일부 결제하면 나머지는 이월되는 서비스)에 ‘올인’하고 있다.
최근 여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체크카드 사용 실적은 10조7257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10조4140억원)보다 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체크카드 비중을 5년 이내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금융당국으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금융당국은 신용불량, 가계부채 증가 등 신용카드가 지닌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대체수단으로 체크카드 활성화 대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6대 카드업체별로 보면 신한카드는 올 1분기 체크카드 사용액이 3조1752억원으로 직전 분기(3조1721억원)와 비교해 고작 0.1%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6083억원에서 5233억원으로 되레 실적이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2179억원에서 2213억원으로 1.5%, 롯데카드는 1599억원에서 1659억원으로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KB국민카드가 3조7528억원에서 3조9870억원으로 6.2%, 하나SK카드가 2조5028억원에서 2조6498억원으로 5.8% 늘어나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체크카드가 ‘약발’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카드사의 ‘수수방관’에 있다. 체크카드 수익률이 사용액의 1% 정도에 불과해 카드사들은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지 않고 있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에 주는 혜택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돈은 안 되는데 손만 많이 가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체크카드가 소득공제율을 기존 25%에서 30%로 높인 것 외에 신용카드에 비해 고객에 대한 혜택이 적은 것도 외면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시중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큰 부담이다. 체크카드에 현금 입·출금 기능을 넣기 위해 전업계 카드사가 은행에 내는 수수료는 0.2∼0.5%에 달한다.
반면 카드사는 수익이 큰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서비스 등에 집중하는 실정이다. 상당수 카드사는 카드 ‘돌려 막기’에 사용되는 리볼빙서비스 이용고객에게 대부업체에 맞먹는 고금리를 적용한다.
실제로 연 26∼30%의 고금리 리볼빙 서비스를 받는 신용카드 회원 비율은 삼성카드 58.56%, 국민카드 51.44%, 현대카드 43.08%, 롯데카드 31.9%, 하나SK카드 23.32%, 신한카드 7.83% 등에 이른다.
따라서 가계 부실화의 주범인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서비스를 줄이기 위해서도 정부가 더욱 효과적인 체크카드 추가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의 체크카드 지원책으로는 카드사는 물론 고객도 유인하기 쉽지 않다”면서 “소득공제율을 더 높이거나 고객 혜택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