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정치불신 키운 ‘베이징 물난리’

입력 2012-07-29 19:20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의 지난 27일자 1면은 전체 지면이 촛불 하나로 채워졌다. ‘7·21 재해’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난 사람들 중 신분이 확인된 66명의 이름을 양초에 새겨서. ‘77명 희생’이라는 제목은 양초 밑 촛대 부분에 자리 잡았다. 이마저 실종자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2면 사설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은 모두 생명의 무게를 갖고 있다”고 애도했다. ‘폭우 정국’을 대하는 언론의 기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얼마 전 당 관계자를 만났을 때였다. 일반 백성들의 정치 참여가 제대로 허용되지 않는 시스템이 초래하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중국처럼 땅이 넓고 인구도 많은 나라에서는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들이 정치를 담당할 때 훨씬 효율적이다. ‘라오바이싱(老百姓)’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되면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효율성도 좋지만 민중과 유리된 정치는 위험에 빠질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정치를 어떻게 알아’라는 인식은 완강했다.

베이징의 심각한 침수 피해를 놓고 한 전문가는 ‘선지상, 후지하(先地上, 後地下)’를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하 구조물에도 눈 돌릴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공부한 그가 한 언론 특집에서 밝힌 요지는 이렇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2000년에 37%였다. 일본은 1950년에 이미 도시화율이 30%에 달했다. 그 뒤 20년 사이 일본의 도시 인구는 전체의 60∼70%나 됐다. 그 기간에 일본도 ‘선지상, 후지하’를 경험했다. 베이징은 지금 배수 시스템에서 도쿄의 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는 “베이징에서는 비가 오면 빗물의 80∼90%가량이 지표수가 되는 실정”이라면서 배수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정비를 촉구했다.

7·21 베이징 재해를 겪은 뒤 두드러진 현상은 두 가지다. 민초들의 정치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건 어두운 측면이다.

이에 비해 당국이 지금까지 간과했던 부분을 되돌아보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최고 지도자들이 자신들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파워 게임’만 하고 있는 데 대해 네티즌들이 보이는 불만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정원교 특파원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