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한국 인신매매 퇴치 2등급 강등될 뻔"
입력 2012-07-29 21:41
지난 6월 미국 국무부가 올해 국가별 인신매매 실태를 평가하면서 한국을 1등급에서 2등급 국가로 강등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에 국무부는 1등급으로 재지정해 10년째 최고 등급을 유지시켰으나 여기에는 정치적 배려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28일(현지시간) “외국인 근로자 강제노동과 이주여성들의 강제 성매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고, 포괄적인 인신매매방지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인신매매 보고서 담당 부서인 인신매매감시 및 퇴치국이 당초 한국을 2등급으로 내리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움직임을 파악한 주미 한국대사관의 강력한 요청과 한국을 담당하는 국무부 동아태국 관계자들의 설득으로 막판에 1등급을 유지하기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동아태국 관계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갓 체결된 상황에서 한국이 인신매매퇴치 2등급국가로 강등될 경우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다른 외교소식통은 “미 국무부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성매매, 특히 외국인 선원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사 및 근절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신매매 실태보고서 발표 열흘 만에 이례적으로 외교통상부의 요청으로 법무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한국정부 대표단이 워싱턴DC를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법무부를 비롯해 여성가족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당국자 등이 포함된 대표단은 지난 2~3일 국무부 마리아 오테로 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 루이스 시드바카 인신매매 퇴치 담당 특별대사 등을 만나 향후 인신매매 대책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미 국무부는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를 금지하는 인신매매에 관한 법률이 없어서 인신매매 사범에 대한 수사 및 기소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우리 측에 포괄적인 인신매매방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