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자격심사 지연시켜 얻을 거 없다
입력 2012-07-29 20:51
민주통합당 행보가 수상하다.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당적 박탈이 수포로 돌아간 이후 두 의원 퇴출을 위한 국회 차원의 자격심사안 발의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탓이다. 때문에 두 의원이 19대 국회 4년 임기를 채울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발의와 조속한 처리는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국회 개원에 합의하면서 국민 앞에 약속한 사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슬며시 통진당의 두 의원 제명 의결을 자격심사안 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당 차원의 제명이 결정돼야 자격심사를 시작할 근거가 생긴다는 논리였다. 그러더니 통진당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 제명안이 부결되자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한 발 빼고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빠른 시간 내에 이 문제(자격심사안)가 처리되기는 어려울 듯하다”면서 “올 대선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까지 언급했다.
민주당 속내는 뻔하다. 두 의원 퇴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자칫 야권연대에 균열이 생겨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 환경이 민주당에 불리하게 조성될 우려가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이유 중 하나가 통진당에 질질 끌려 다닌 점이다. 야권연대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주요 현안에 대해 좌파 성향의 통진당 입장에 동조하는 바람에 미덥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그 결과 표를 잃었다.
불과 3개월여 전의 경험에서 민주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1+1’이 반드시 ‘2’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조차 안 될 수도 있다. 손을 잡는 상대가 어떤 상대이냐에 따라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의 통진당이 그렇다. 총선 때보다 여론이 훨씬 악화됐다. 부정경선에다 종북 의혹, 국고횡령 혐의까지 받고 있는데 이를 혁파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당원들이 대거 떠나는 식물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선에 대비해 소수의 통진당 지지자들이라도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고집한다면 그만큼 정권교체 가능성이 낮아질 것은 뻔한 이치다.
민주당은 통진당과의 연대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조만간 부정경선과 국고횡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도 예정돼 있다.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두 의원을 국회에서 퇴출시키는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통진당과 일정한 선을 긋는 게 옳다. ‘박지원 원내대표 구하기’에 통진당 의원들의 협조를 얻으려 자격심사에 미적거리는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통진당을 감쌀수록 여론은 나빠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