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폭우 희생자 추모 열기… 中 전역 '긴장 모드'로
입력 2012-07-27 22:20
중국 베이징에서 폭우 희생자들이 숨진 지 7일째 되는 27일부터 추모 정국이 조성되면서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은 지난 21∼22일 폭우로 희생자들이 숨진 지 7일째 되는 날이다. 중국에서는 사망 후 7일째를 ‘터우치(頭七)’라고 이르며 망자를 기린다.
26일 밤 당국이 사망자 77명의 명단을 처음 발표한 가운데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는 추모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7일 대형 포털 큐큐닷컴 등 인터넷 게시판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사이버 빈소에 가상헌화를 한 사람만 20만명을 넘었다. 허술한 재난방지 시스템을 탓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지도자를 갈아 치워야 한다” 같은 높은 수위의 비판도 거침없이 흘러나온다. 폭우 당시 시장이었던 궈진룽(郭金龍) 베이징시 당서기가 피해현장을 찾아 민심을 달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전날 발표된 베이징시의 3공(公)경비도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3공경비는 관용차·접대·해외출장 경비 등 공무원이 쓰는 공공경비를 일컫는 말이다. 경화시보(京華時報)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시의 3공경비는 8억6400만 위안(약 1540억원). 홍수방지 예산은 그 10분의 1 수준인 900만 위안(16억원)이었다.
폭우 사망자 명단이나 피해 소식을 실은 기사도 신문 지면과 인터넷에서 사라졌다는 기자들의 제보가 잇따른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전했다. 일간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와 주간지 남도주간(南都周刊)은 여러 쪽에 걸쳐 특집 기사를 실었다가 광고나 다른 기사로 교체됐다고 대만 연합보가 보도했다.
외국에서 운영되는 반중(反中) 사이트 ‘재스민 혁명’은 중국인들에게 28일 오후2시 천안문(天安門) 광장과 광취먼(廣渠門)에 검은색 또는 흰색 옷을 입고 추모의 꽃을 들고 모이자고 촉구했다.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추모 시위를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오면 속속 삭제되고 있다. 당국은 28일 추모성 시위가 실제 벌어질 것을 우려해 천안문 광장과 광취먼에 공안을 배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