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히잡 때문에… 양성평등 금가나

입력 2012-07-27 19:58

무슬림 사회의 여성에 대한 제약을 뚫고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자 유도 선수가 히잡 착용 문제로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국제유도연맹(IJF)은 27일(한국시간) 사우디의 여자 유도 무제한급 워단 샤헤르카니(18)의 경기 중 히잡 착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연맹 측은 히잡을 쓰면 조르기 등에서 질식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아시아유도연맹이 주요 대회에서 히잡 착용을 허용하고 있어 IJF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가 파견한 단 2명의 여성 가운데 한 명인 샤헤르카니는 다음 달 3일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또 다른 한 명인 육상 800m의 샤라 아타는 히잡을 쓰고 출전할 경우 바람의 저항 등으로 좋은 성적을 낼지 불투명하다.

히잡은 아랍권 여성들이 코란의 규정에 따라 13세가 넘으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쓰개다. 스포츠 활동을 할 때는 머리만 가리는 스포츠 히잡을 쓰기도 하지만 이마저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여자축구 월드컵에선 이란이 히잡 착용을 고수해 몰수패를 당한 바 있다.

사우디는 이번 여자 선수 2명의 출전을 허용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이슬람 율법에 맞는 복장을 할 것과 남성들과 함께 있지 말 것이다. 하지만 연습장소 및 대기실은 대부분 남녀 구분이 없기 때문에 사우디 여성 선수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AP통신은 이 밖에도 이슬람권 선수들이 겪는 고충을 소개했다. 특히 아랍권 선수들은 올림픽 기간이 이슬람의 금식월인 라마단과 겹치는 바람에 낮에는 물과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도핑테스트를 위한 소변 샘플을 만드는 데 고역을 겪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