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희생 시리아 어린이들 “눈앞에서 엄마·아빠가… 얼굴 피묻혀 죽은척 했어요”

입력 2012-07-27 22:35


13세 소년 하즈마 알리 알 카티브는 처참한 시신이 돼 누워 있었다. 복부와 옆구리는 총탄이 뚫었고, 성기는 절단됐다. 담뱃불 자국도 있었다. 목은 부러졌고 다리의 슬개골은 산산이 부서졌다. 얼굴은 반복된 주먹질로 시커먼 멍이 들었다. 소년이 사라졌다 돌아온 날은 지난해 5월 25일이었다.

카티브는 지난해 4월 29일 반정부 시위 와중에 실종됐다. 모두 죽은 줄 알았다. 소년은 정부군 보호소에서 고문을 받았다. 한 달 뒤 시신이 돼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소년이 지붕 위에 올라 토마토가 자라는 대지와 지평선 위로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던 그 집이었다.

가족들은 카티브의 시신을 촬영했다. 영상은 유튜브로 확산됐다.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그해 5월 31일 아무다 지역에서 어린이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우리는 모두 카티브다!” 아이들이 구호를 외치며 아사드 정권에 맞섰다.

시리아 시민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던 카티브의 얼굴이 26일(현지시간) 시리아 자유 언론 페이스북에 다시 떠올랐다. 다마스쿠스 외곽인 도우머 지역에서 가족들과 차를 타고 가다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한 요세프 알 나자(6) 등 다른 희생자 어린이 4명의 얼굴도 함께였다. ‘신이시여, 아이들의 가족에게 자비를 내리소서.’ 추모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총탄은 나이를 구분하지 않았다. 16개월간의 내전으로 사망한 어린이는 500~1300명으로 추산된다. 비정부기구 ‘워 차일드’가 23일 발표한 ‘시리아:전쟁 속의 어린이’ 보고서에 따르면 16개월간의 내전으로 어린이들은 ‘정신적 무덤’과 같은 충격적인 상황에 부닥친다. 치료는 요원하다.

“대머리에 수염을 기른 아저씨가 엄마에게 총을 쏴 목이 떨어졌어요. 다섯 살 여동생 라샤의 머리와 등을 쐈어요. 아저씨 영혼이 몸을 떠나 바로 내 앞으로 다가온 걸 봤어요. 총을 쐈지만 절 피해갔어요. 순간 쓰러지듯 엎드려 얼굴에 피를 발라 그들이 제가 죽은 줄 착각하게 했어요.”

지난 5월 28일 시리아 남부 지역 호올라. 11세 소년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 눈을 감은 채 숨도 쉬지 않고 시체처럼 바닥에 오래도록 누워 있었다. 정부군 군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즈음 실눈을 떴다. 가족 5명이 피투성이로 누워 있었다. 얼마 전까지 살아있던 가족들은 아무리 깨워도 대답이 없었다. 소년은 아직도 그날의 어둠을 잊지 못한다.

또 다른 소녀가 있다. 이름은 디마, 나이는 열 살. 전쟁의 어느 날, 디마와 가족들은 전쟁을 피해 레바논 국경으로 향했다. 도로는 꽉 막혔다. 운전하던 아버지가 잠깐 차 밖으로 나간 순간 ‘쾅’ 소리가 들렸다.

“먼지가 뿌옇게 일었어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요. 엄마가 순간 비명을 질렀어요. 사람들이 피로 물든 시체를 옮기고 있었어요. 아빠였어요. 엄마가 아빠를 힘껏 흔들었어요.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심장이 보통 때보다 무척 빠르게 뛰었다는 것만 기억나요.”

디나와 엄마는 아버지의 시신을 버려두고 레바논으로 떠났다. 살아야 했다. 디마의 엄마는 그날을 기억하면 눈물을 흘린다. “남편을 묻지 못했어. 절대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디마는 나지막이 말했다. “잊고 싶은데, 매일 밤 아빠를 봐요. 그리고 울어요.”

군인들은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이용한다. 8~13세 어린이를 납치해 군 차량 창문 쪽에 앉히는 방식이다.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도 어린이를 전쟁에 이용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학교와 병원이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성적인 폭력도 병행된다. ‘의료를 위한 아랍 기구’는 “10·14세 소녀 두 명이 마을을 습격한 군인에 의해 임신했다”고 증언했다.

시리아를 비롯한 세계의 ‘어린이 군인’은 2만5000명. 이 중 40븒는 소녀다. 식사 담당자, 짐꾼, 스파이 등으로 활용된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