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화 검증 부실” 거센 후폭풍… “밀실 추천” 비판 직면
입력 2012-07-27 19:20
김병화(57·사법연수원 15기) 전 대법관 후보자 사퇴 후폭풍이 거세다. 대법관 후보자 사퇴가 헌정사상 처음인 데다 법조계 안팎으로 부실검증 문책론까지 거론되자 대법원과 법무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27일 “(대법관 후보자 사퇴가) 전례가 없던 일이라 관련 규정과 절차를 살펴보고 있다”며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후보추천제도 개선 사항 등을 고려해 다음 주 중 새 후보자 인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전날 김 후보자가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곧바로 대책회의를 열고 대법관 후보자 제청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검증작업 없이 후보를 밀실추천했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이날 내놓기로 했던 후보자 인선 계획을 미뤘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김 전 후보자 사퇴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침통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김 후보자 위장전입 및 탈세에 대해) 후보자 제청 당시 그 부분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는 이해되는 사안이 아닌가 판단해서 제청을 건의한 것”이라며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며 국민들의 눈높이가 이런 것이었구나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법관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등을 걸러내는 대법원의 검증작업이 부실했음을 시인한 셈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김 전 후보자를 추천·제청한 권 장관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민주통합당은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권 장관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고 시민단체 새사회연대는 양 대법원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대법원은 당장 후보자 물색부터 난관에 빠졌다. 지난달 1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3명 중 제청하고 남은 9명의 후보는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해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여성이나 소수자 입장을 대변하는 외부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출신 변호사가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검사 출신 변호사 중 영향력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대형 로펌에 재직해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있어 선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 추천 몫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내는 것은 관례일 뿐”이라며 “적임자가 없으면 꼭 검찰 출신을 뽑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