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가정 불화… 극단 선택… 끔찍한 악몽으로 끝난 ‘한방의 꿈’ 로또

입력 2012-07-27 19:08


승자의 저주인가. ‘인생역전 한 방’이 오히려 삶에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발생했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40대 남성이 수년 만에 당첨금 18억원을 탕진하고 비참하게 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던 A씨(43)가 당첨금 23억원짜리 로또복권에 당첨된 건 2008년이었다. 세금을 제하고 18억원을 손에 쥐게 된 그는 자신의 일상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광주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던 A씨는 당첨금을 받자 곧바로 가게를 접었고, 당첨금으로 새로운 사업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 물정에 어두운 탓에 여러 차례 사기를 당했다. 주식에도 손을 댔지만 재미를 보지 못한 그는 결국 당첨금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그는 친·인척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수천만원의 빚만 떠안게 됐다. 그 과정에서 가정불화가 심해졌고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

A씨는 결국 지난 23일 오후 2시30분쯤 광주 화정동 한 목욕탕 남탕 탈의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목욕탕 출입문은 안쪽에서 잠긴 상태였고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27일 “A씨가 생활고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로또 1등 당첨은 서민들의 꿈이지만 A씨처럼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있다. 뜻밖의 횡재에 취해 과욕을 부리다 파산하거나 인간관계가 파탄 나고, 이혼과 별거 등 가정불화를 겪는 사례들이 종종 발견된다.

지난해 5월에도 경북 포항에서 1년여 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5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손아래 동서와 다투다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로또에 당첨돼 거액을 받은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고 아내와도 불화가 싹 터 별거하며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미국에서도 2000만 달러(약 224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30대 남성이 9년 후인 2005년 처제와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살해되는 등 거액의 복권 당첨이 불행한 결과로 이어진 사례는 외국에 많다. 홍진표(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울산대 의대 교수는 “노력이 아니라 행운에 의해 한순간 거액을 받게 되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주변의 유혹에 빠져들기 쉽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가족 등 주변과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상일 기자, 민태원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