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진당, 이러고도 존속하길 바라나

입력 2012-07-27 18:53

“강기갑 대표는 당 해산을 위한 당대회를 소집하라.” “두 명(이석기·김재연) 때문에 진보가 희생당했다.” “김제남 의원은 진보의 이완용이다.” “오늘부로 탈당한다.” “당비 납부를 거부한다.” “김정은 기쁨조(구당권파 의원)는 이 나라를 떠나라.”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이 의원총회에서 부결된 이후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쏟아지고 있는 당원들의 글이다. 부정경선과 종북 논란의 중심에 두 사람이 서 있고, 이 의원은 국고횡령 혐의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제남 의원의 ‘변심’으로 제명안이 부결되자 당원들의 분노와 절망, 상실감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지난 3개월여 간 신당권파에 의한 혁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으니, 당비 납부 거부와 탈당 행렬이 이어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특히 일부 당원들은 정부에 정당해산심판청원서를 제출할 움직임마저 구체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당이 쪼개져도 구당권파들이 당을 지키고 있으면 19대 국회 4년 임기 동안 180여억원의 국고보조금을 구당권파가 차지하게 되기 때문에 해산한 뒤 신당권파 중심으로 재창당하자는 복안인 셈이다. 이렇듯 당원들조차 통진당은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나서 이번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마음은 참담하다. 국민들이 바란 건 총체적 부정이 저질러진 비례대표 경선 파문과 종북 의혹을 털어내고 새 출발하라는 것이었다. 그 핵심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퇴출이었다. 그러나 통진당은 자정능력마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민들의 실낱같은 기대를 걷어 차버린 것이다. 이제 국민이 심판해야 할 차례다. 통진당은 물론 국회에서 두 사람의 퇴출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들이 응징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사광신도들’이 얼마나 넓게 퍼져 있으며,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확인됐다. 이들은 ‘진보’로 위장해 있다. 이 의원이 제명안 부결 직후 환하게 웃으며 “진보가 승리했다”고 말한 데서도 볼 수 있다. 진보세력은 정신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