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낡은 대법관 추천제도 새로 손볼 때

입력 2012-07-27 18:45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아들 병역문제,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불거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26일 자진사퇴했다.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에서 후보자가 중도에 사퇴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끝까지 의혹을 털고 싶지만 나로 인해 대법원 구성이 지연되면 더 큰 국가적 문제”라고 사퇴의 변을 밝히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마음은 그리 너그럽지 않다. 검찰 조직 내에서는 신망을 얻었는지 알 수 없으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흠집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이 검찰의 대표선수 자격으로 최고 권위의 대법원 멤버가 된다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문제와 직결된다. 청문과정을 통해 수많은 하자가 드러난 사람이 높은 법대에 앉을 경우 판결과 법의 권위를 동시에 갉아 먹는다.

일차적인 책임은 법무부와 대법원에 있다. 특히 권재진 법무장관은 당초 고검장급에서 추천하는 관례를 깨고 인천지검장인 김 후보를 고른 데서 원죄를 지었다고 볼 수 있다. 고교와 대학 후배인 김 후보자를 두고 “대법관 후보로서 크게 손색이 없다”고 말한 것도 권 장관이었다. 대법원은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3명 중 4명을 고르면서 문제적 인물을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장관이 밀고 대통령이 낙점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에 따라 덜컥 후보자 명단에 올리지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남은 것은 현행 제도가 지닌 문제의 근본을 바로잡는 일이다. 추천위원회가 3배수 후보를 추천하거나, 대법원장이 최종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이 그들만의 리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후보자가 어떤 이유로 추천을 받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국회 청문과정을 지켜보게 돼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지금처럼 추천작업을 졸속으로 해치워서는 더이상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관의 경우처럼 도덕성과 능력에 대해 치밀하게 검증작업을 한 뒤 국민 앞에서 마지막 시험을 치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