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덤핑시대] 박사도 ‘급’있다… 유학파·男란 이유로 웃고, 국내파·女란 이유로 울어

입력 2012-07-27 15:19

심적 고통 극심한 박사과정

박사학위 취득자가 연간 1만명을 넘어서면서 고학력자 활용 방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 한 해 6153건이던 박사학위 취득건수가 2011년 1만1645건으로 약 53%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박사학위 소유자는 19만5196명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조사해 최근 발표한 ‘박사인력의 경력과 이동성 조사 보고서’는 박사급 고학력자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사는 2010년 말 기준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2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국내와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 간 차별이 두드러졌다. 국외에서 취득한 박사 학위자는 고용률이 98.2%이지만 국내 박사 학위자는 90.0%로 학위취득 지역에 따라 고용률이 8.2% 포인트까지 차이를 보였다. 고용률이 90%에 이르지만 40세 미만 박사 학위자의 25% 정도는 비정규직인 데다 수많은 지방 사립대 교수들의 경우 정규직이라고 해도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해외 학위 취득자들의 경우 장학금 비중이 77.6%에 달했지만 국내 취득자들은 34.1%만이 학비를 장학금으로 해결했다. 국내파 박사들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기회비용이 해외파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셈이다.

학문의 성격에 따라 박사 학위자들의 분포도 달라졌다. 특히 인문학 박사의 경우 젊은 학문세대일수록 기피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조사대상 인문학 박사 150명 가운데 60대 비율은 16.7%를 차지했지만 50대 11.7%, 40대 7.2%, 30대 3.1%, 20대에선 2.9%로 젊은 연령대로 갈수록 박사 학위자 비율이 급격히 줄었다. 또 인문학 박사들은 90% 이상이 대학교에서 일하고 있었다.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비율은 2.6%, 공공부문은 6.9%로 극히 미미했다.

또 박사인력의 77.3%가 남성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넘었다. 우리나라 인구 중 여성 비중이 50.2%인 점에 비춰보면 고학력 여성인구 비중이 크게 부족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성별에 따라 취업률에도 차이가 났다. 남성 박사의 경우 93.9%가 정규직·비정규직을 포함한 취업 상태였지만 여성의 취업률은 87.0%에 머물렀다.

국내 한 대학의 교육학과 교수는 “실제로 학위 취득지와 전공, 성별 등에 따른 대우는 천차만별”이라며 “해외 유학파이거나 남성이라는 이유로 더 인정해주는 세태는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