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광야
입력 2012-07-27 18:04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는 날 광야에 나가 서 있는 것은 무척이나 끔찍한 경험이다. 메마른 땅, 강력한 태양 그리고 살인적인 더위는 그곳에 선 모두를 금방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무서운 곳이 광야여서 예레미야는 광야를 ‘건조한 곳, 건건한 땅,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주 하나님은 당신의 사랑하시는 종들을 이 광야로 내모셨다. 모세가 그러하고 엘리야가 그러했고 세례요한도 광야의 사람이었다. 또한 우리 주님께서도 광야의 40일을 보내셨다. 왜 이 살인적 환경이 기다리는 곳으로 당신의 사랑하는 자들을 보내시는가?
모세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는 지금까지 많은 생존과 자기 발전의 수단을 가졌었다. 그러나 광야에 나온 후 그에게는 이 모든 수단들이 무용지물이었다. 왕족의 신분증도 통하지 않았고 그 많았던 동료들의 도움도 그곳에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경험도 유익하지 않았고 이집트의 찬란한 문명도 여기엔 없었다. 빈손이었고 주변은 광야였을 뿐이다. 이것이 그의 실존이었고 현실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는 하나님 앞에 선 외로운 개체였다. 소위 신 앞의 단독자일 뿐이었다. 중간에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끼어들지 않고 하나님과 직면하여 마주하고 자기를 맡기는 순간 하나님의 다스리심과 임재가 그에게 온전히 임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공주였던 양어머니의 품을 떠나 광야에 홀로 서서 하나님의 품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 그는 새 피조물이었다. 이 거룩함의 광야 경험이 우리를 새롭게 한다.
손달익 목사 <서울 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