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에서 공유로] 처치 셰어링, 함께 만드는 사랑… 교회 공간·인적자원 지역사회에 기부
입력 2012-07-27 20:54
과도한 물욕, 금권이 세상을 지배하는 천민자본주의 시대에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성경에 바탕을 둔 나눔과 소통의 미덕을 실현코자 하는 ‘처치 셰어링(Church Sharing)’이 주목받는 이유다. 성경은 초대교회 때부터 사회적 약자를 돕고 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해 ‘참된 이웃’이 될 것을 선포한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 10:30∼37)나 고아와 과부에 대한 비유(신 15:29, 약 1:27)가 그 예다. 그동안 교회의 셰어링이 교육과 구제 사업 등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시혜적 차원을 넘어 ‘나눔을 통한 사회와의 소통’으로 변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은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차가운 시각을 바로잡는다.
교회 주차장 개방, 사회적 약자 취업 교육·알선, 교회 도서관·카페·레포츠 시설 개방…. 교회 내 셰어링의 외연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개인의 타고난 재능’으로 인식됐던 성도들의 ‘달란트(Talent)’도 이제는 사회를 향한 셰어링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성전(聖殿)’으로만 인식되던 교회를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처치 셰어링의 하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우리교회는 지난해 ‘다문화카페 우리’를 열었다. 이 카페는 교회의 우리다문화가정센터에서 지역 내 결혼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세운 것으로,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통해 이들의 경력 쌓기와 취업을 돕고 있다. 2∼4개월간의 교육과정은 전액 무료이며 과정 이수자가 원하면 이 카페에 취업할 수 있다. 현재 5명의 1기 교육생이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으며 2기 교육생 10명이 실습 중이다.
경기도 안산시 꿈의교회는 레포츠를 통해 셰어링을 하는 경우다.
이 교회는 2003년부터 교회 옆에 레포츠 시설을 지어 수영, 헬스, 아쿠아로빅 등 생활스포츠를 일반 시설의 절반 가격 수준에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하루 이용객 500여명 중 90% 정도는 교회 성도가 아닌 인근 주민들이다. 레포츠 센터를 관리하는 송관영 장로는 “센터엔 비신자는 물론 교회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꽤 온다”며 “그런 분들이 교회가 장애인 사역 등 지역사회를 섬기는 모습을 보고 감동해서 복음을 받아들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처치 셰어링은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이뤄진다. 그 내용도 반드시 거창할 이유가 없다. 사소하지만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성경의 가르침만 실천하면 된다.
출석 교인 80여명의 서울 대조동루터교회는 교회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고 주민들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기도실을 교회 1층에 만들었다. 부담없이 와서 기도하라는 것이다. 비슷한 규모의 인천 구월동 더함공동체 교회는 평일에 교회를 지역 주민의 교양 강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나 지역주민에게 셰어링을 할 수 있는 데는 ‘달란트 기부’도 큰 몫을 한다.
서울 정동 구세군청년교회는 지난 21일 경기도 양주시 장흥축구장에서 축구선수 이천수 양동현과 함께 ‘어린이 축구교실’을 열었다. 이 교회 담임 최혁수 사관은 “1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프로축구선수가 참여하는 수업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달란트 기부 덕분”이라며 “믿지 않는 어린이들이 축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회와 친숙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목회자들이 강단을 서로 나누는 ‘강단 셰어링’도 양극화되는 목회 실태를 개선하는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유명 목회자가 시무하는 대형 교회가 인근 영세 교회 신도들을 흡수하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대형 교회 강단을 주변의 작은 교회 목회자에게 정기적으로 개방해 말씀을 전하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또 대형 교회는 목회자에게 설교 사례비를 제공, 강단 셰어링과 함께 어려운 교회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처치 셰어링이 사회와의 단순한 교감을 넘어 성경에서 가르치는 대로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는 “사회·문화 복지시설의 수요가 증가되는 추세지만 정부지원만으로 이를 모두 수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교회를 공익적인 공간으로 개방하고 주민에게 달란트를 기부하는 것은 교회와 사회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며 소통의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처치 셰어링으로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는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문화활동 참여도가 저조한 편인데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공간이 적다는 것”이라며 “규모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 교회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평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특히 농어촌 지역의 문화적 수준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자연스레 선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