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金 제명 부결 안팎] 예상못한 결과… 심상정 원내대표 등 당혹
입력 2012-07-26 23:19
통합진보당의 26일 의원총회에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출당)안이 부결된 뒤 당 전체가 벌집 쑤셔 놓은 듯 극도의 혼란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탈당하겠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고 이참에 신·구당권파가 갈라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심상정 원내대표 등 신당권파는 결과를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당혹스러워했다. 오후 6시30분쯤 국회 2층 회의장에서 표결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신당권파는 제명이 성공할 것으로 믿었다. 신당권파 6명과 표결에 협조적 입장을 보였던 중립 성향 김제남 의원이 표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표가 이뤄진 뒤 1장의 투표용지에 아무 표시도 돼 있지 않자 회의장이 갑자기 술렁거렸고, 순간 심 원내대표는 흙빛이 되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김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소속 의원 13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의총에서 신·구당원파 의원들은 제명안에 찬반 의견을 밝히며 시종일관 팽팽하게 맞섰다. 자리배치까지 가운데 탁자를 두고 신당권파와 중립 성향 의원이 한편에, 구당권파 의원은 다른 편에 앉는 등 대결 구도였다. 특히 이 의원은 심 원내대표가 악수를 청했지만 “됐습니다”라고 거부하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제명안 부결로 앞으로 양측 대립이 더욱 격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갈등이 첨예해질 경우 신당권파를 구성하는 구 민주노동당 계열의 인천연합,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이끈 국민참여당 계열, 또 심상정 원내대표와 노회찬 의원이 소속된 진보신당 탈당파 등이 당을 떠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아울러 3개월 가까이 끌어온 제명 문제를 부결로 마무리한 데 대한 책임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신당권파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되면서 지도부의 위상도 훼손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힘의 균형이 구당권파로 넘어간 이상, 강 대표 체제가 공언해온 혁신재창당 작업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강 대표 거취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손병호 임성수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