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가뱅크’ 창시자 대형은행 해체를 주장하다

입력 2012-07-26 20:14


“대형은행들을 해체해 투자은행(IB) 업무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합니다.”

메가뱅크 창시자인 샌디 웨일(79·사진) 전 씨티그룹 회장이 기존 입장과 정반대 주장을 펼쳐 월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2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사는 시대는 10년 전과는 달라졌다”면서 “납세자와 예금자를 보호하려면 위험도가 큰 IB를 안전한 상업은행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웨일 전 회장은 1998년 자신의 보험·증권 회사인 트래블러스그룹에 씨티은행의 지주회사인 씨티코프를 합병해 씨티그룹을 탄생시켰다. 이는 월가 은행들을 겸업화·대형화로 이끈 결정적 사건이었다. 이후 엄청난 로비 공세를 펼쳐 대공황 시기에 은행의 증권업 겸업을 금지하기 위해 만든 ‘글래스-스티걸법’을 이듬해 폐지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더 이상 연방준비제도(Fed)의 구제금융에 의존하지 말고 창조적인 투자은행 시스템을 개발해야 금융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씨티그룹은 구제금융 450억 달러를 받았으며 다른 주요 대형은행들도 수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대마불사’ 논란이 거셌다.

웨일 전 회장과 함께 고위직을 지낸 월가 주요 인사들도 속속 대형은행 분리를 주장하며 전향하고 있다. 씨티그룹 이사를 지낸 리처드 파슨스는 지난 4월 “글래스-스티걸법의 부활은 금융산업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고,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를 지낸 필 퍼셀도 “대형은행 해체가 기업 가치를 확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웨일 전 회장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글래스-스티걸법 폐지로 가장 큰 이득을 본 당사자가 이제 와서 후회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5년 전에 그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