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더위 사냥 ‘올빼미족’이 는다

입력 2012-07-26 20:27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며 잠 못 드는 ‘올빼미 족’이 늘면서 한밤중에 시원한 마트나 극장, 카페 등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25일 오후 11시. 주부 정승희(33)씨는 평소 같으면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밤늦게 까지 더위가 계속되자 두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용산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더위를 피해 나온 곳은 대형마트 지하2층에 자리한 서점 코너. 아이들은 아동용 간이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다. 정씨는 “집에 있으면 에어컨을 켜야 하는데 마트는 시원하고 아이들 책 읽으며 더위를 달래기 좋다”고 말했다.

한밤 중 더위 탓에 24시간 카페나 패스트푸드점도 피서지로 인기다. 서울 사당동에 위치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눈에 띄었다. 이 곳 직원 서모(22)씨는 “보통 밤 시간에는 주로 술에 취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아이스크림·빙수를 시키는 가족 단위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밤 10시30분 서울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다른 매장은 문을 닫았지만 극장은 불야성이었다. CGV 티켓박스와 스낵코너 앞에는 어림잡아 5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조정숙(22·여)씨는 “요즘 더워서 잠도 잘 안 오는데 극장이 열대야를 피하는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CGV 직원 배모(25)씨는 “10시 이후 오는 관객들이 최근 2∼3배 늘었다”며 “새벽 2시가 넘는 마지막 상영 시간에도 수십명씩 영화를 본다”고 말했다.

자정이 가까워 온 시각 서울 이촌동 한강공원 안의 편의점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약 2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앉아 맥주와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편의점 직원 김경태(27)씨는 “보통 이시간대에는 한가한데 요즘은 앉아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유나 이사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