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홍수피해 축소”… 당국에 등돌린 中언론
입력 2012-07-27 00:15
“논어에 기록된 얘기다. 공자 집안 마구간에 불이 난 뒤 공자가 물었다. ‘사람이 다쳤느냐?’ 그렇지 않다고 하자 ‘그럼 말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이것이 유명한 ‘사람을 묻지, 말(馬)을 묻지 않았다’는 고사이다. 이야말로 ‘사람이 근본’이라는 이념을 잘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26일자 평론(인민시평·人民時評)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7·21 베이징 폭우’로 사망자가 꽤 많이 발생했는데도 베이징시 당국이 속 시원하게 실상을 발표하지 않자 이를 강하게 질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론은 실종자를 사망자로 판단하는 데에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먼저 실종자 수를 공개한 뒤 사망자를 발표할 수는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평론은 사망자가 발견됐으나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예를 들었다. 이때에도 “먼저 사망자 수에 포함시킨 뒤 신분 확인은 추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베이징시 신문판공실은 폭우에 떠내려간 사람들을 아직까지 사망자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신문판공실은 지난 25일 밤 폭우 발생 뒤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판안쥔(潘安軍) 주임은 재산 피해 등만 열거했다. 마침내 국영 CCTV의 한 여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당신(판 주임)이 든 자료를 봤더니 사망자가 61명이라고 돼 있더라”고 추궁하자 당황한 관리들이 모두 퇴장해 버렸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수해 사망자가 77명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또 폭우로 인한 재산피해가 100억 위안(약 1조7972억원)이며 이재민이 190만명을 넘었다고 덧붙였다. 사망자 77명은 지난 22일 베이징시가 발표한 37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발생한 ‘7·23 원저우 고속철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정부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푸정화(傅政華) 베이징시 공안국장이 폭우 참사 이후 “정치적 헛소문을 날조하거나 당과 국가 지도자, 현행 제도를 공격하는 행위를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