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과도정부 구성 본격 논의… 현정부 인사 참여놓고 진통

입력 2012-07-26 22:51

시리아 반정부 단체들이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이후의 과도 정부 구성에 착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대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 국가위원회(SNC)의 소식통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과도 정부 구성안을 놓고 회의를 개최한다고 전했다. 과도 정부를 이끌 유력 후보로는 반체제 인사인 리아드 세이프(66) 전 시리아 국회의원이 거론된다. 그러나 반정부 단체 간 반목과 불신으로 과도 정부 구성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반정부 세력 내분=현 아사드 정권의 참여 여부가 가장 큰 논란이다. SNC 조지 사브라 대변인은 24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학살을 종식하고 시리아인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현 정부 인사가 참여하는 권력 이양에 동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과도 정부를 이끌 인물이 누군지 묻는 질문에는 “현 정권과 시리아 군대에도 애국자가 있으며 이들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 공동 특사가 제안한 현 정권과 반정부 세력 모두 참여하는 과도 정부의 수립안에 동의한 것이다.

SNC는 이날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가 몇 시간 뒤 입장을 뒤집었다. 또 다른 대변인인 바스마 코드마니는 “아사드 정권이 이끄는 통합 정부 구성안을 받아들일 수 없고, 이 구성안에 대해선 어떤 질문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아랍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가 전했다. 이전까지 아난 특사의 과도 정부 수립안에 찬성했던 SNC가 입장을 선회한 데는 반정부 세력 내에서 자유시리아군(FSA)의 입지 강화와 폭탄 테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수도 다마스쿠스 국가보안청에선 폭탄 테러가 터져 다우드 라즈하 국방장관과 아사드의 매형인 아세프 샤우카트 국방차관 등 핵심 측근 4명이 사망했다. 오베이다 나하스 SNC 인사도 “과도기는 이미 시작됐다”며 “아사드가 불과 몇 주 전에 하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가를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정부 세력 내 강경파나 온건파 모두 전쟁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상황이다. 내전으로 16개월간 1만9000명이 사망해 전쟁 피로가 커진 탓이다. SNC는 “혁명과 혁명의 가치를 대표하는 자유로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지난번 카이로 회의에서도 각계각층의 참여를 강조해왔다”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그러나 SNC가 넘어야 할 내부 갈등은 산 너머 산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종교 인종 외교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자유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 아랍인과 쿠르드인, 친미와 친이슬람 등 세력간 불신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아랍연맹, 과도 정부 구성 촉구=아랍권 국가 협의체인 아랍연맹도 지난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를 개최해 아사드 정권 퇴진, 반정부 단체의 통합과 과도 정부 수립을 촉구했다. 회의에서는 아사드와 그의 가족들에게 ‘안전 출구’를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오고갔다.

나빌 알 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범아랍 일간지 알하얏과 인터뷰를 갖고 “시리아의 정치적 개선에 대해 이야기할 시기는 지났다”며 “지금은 권력 이동을 논의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현 정권이 지속할 수 있는 날은 셀 수 있을 정도”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제재안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에 카타르 총리와 함께 방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사드 정권 이너서클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과도 정부 구성을 서두르게 했다. 나와프 알 파레스 이라크 주재 시리아 대사, 압둘 라티프 알 다바그 아랍에미리트 대사, 라미아 알 하리리 키프로스 주재 고위 외교관이 잇따라 망명했다.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도 무너지기 전 알리 압두살람 트레키 외무 장관 등 핵심 측근이 반카다피를 공식 선언하는 등 이너서클 붕괴가 가속화됐다. 이집트의 경우도 노동자, 시민들의 집회가 강경화 돼 군부가 호스니 무바라크에게서 등을 돌렸다. 기득권을 위해 시민의 편에 선 것이다.

아사드 정권의 전략적 파트너인 레바논 시아파 무장그룹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에 가입할 가능성도 제기돼 불안을 키운다. 레바논의 분석가 지하드 알제인은 “헤즈볼라에는 선택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아사드 정권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레바논의 한 소식통은 “시리아가 여전히 헤즈볼라에 무기를 공급한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서방과 이스라엘이 아사드를 친미·친이스라엘 인물로 교체해 중동 질서를 재편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