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금통위 회의록 들여다보니… 경기둔화 경고에도 韓銀 ‘오판’
입력 2012-07-26 19:17
지난달 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이 한국은행의 지나친 경기 낙관론을 비판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관적인 세계경제 흐름에 민감해야 할 중앙은행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질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을 고수해 관철시켰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공개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A위원은 시작과 함께 “현재 당행(한국은행)의 경기전망은 상반기 중 유로지역의 재정위기가 진정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유로지역 재정위기가 앞으로 상당기간 명확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관련국가의 재정문제가 순차적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로 사태는 ‘변수로 볼 것이 아니라 항상 고려해야 하는 ‘상수’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B위원은 “최근 유로지역 재정위기 심화, 중국 성장세 둔화 등으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돼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경제심리 변화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 분석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C위원은 “미국마저 경기 회복세가 둔화된다면 대공황과 유사한 침체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D위원은 “미국도 대규모 재정 적자가 지속돼 ‘재정절벽’(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자기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의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금통위원들의 비판에도 한은은 낙관론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한은 측은 “경기 측면에서 보면 대외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를 진작시키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실물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버티던 한은은 결국 지난 12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 1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렸다. 금통위 의사록은 회의일로부터 6주가 지난 뒤 돌아오는 화요일에 공개한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