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날아오르는 순간 추락할 것” 애써 폄하
입력 2012-07-26 20:23
“어린 왕자 얼굴의 기회주의자.”(김재원 의원) “햇살 아래 거니는 꿩.”(박근혜 캠프 관계자) “양식장에서 자란 횟감.”(김태호 의원)
새누리당 인사들이 2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평가한 말들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 지지율이 급상승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규정하기 위해 이처럼 다양한 표현이 동원됐다. 거꾸로 조바심이 읽힌다.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경선 캠프’ 대변인이었던 김재원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안 원장이 경선을 거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려는 건 결승점 부근에서 기진맥진한 상대와 경쟁하겠다는 생각”이라며 “어린 왕자의 얼굴을 한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는 악마의 얼굴을 갖고 있다”며 “안 원장이 현실정치에 발을 내딛는 순간 지지율은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현 경선캠프 관계자도 안 원장에 대해 “지금은 햇살 아래 거니는 꿩인데, 날아오르는 순간 포수들이 겨눈 총에 맞아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회의 ‘멘토’로 추앙받고 있지만, 대선 출사표를 내는 순간 ‘정치인’이 되면서 검증의 십자포화를 견디지 못하리라는 얘기다.
경선후보인 김태호 의원은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가 양식장에서 자란 양식 횟감이라면 저는 거친 파도와 싸운 자연산 활어 횟감”이라며 “안풍(安風)을 태풍으로 박살내겠다”고 했다.
이처럼 안 원장의 부상(浮上)에 긴장하며 견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박 전 위원장 캠프는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큰 전략 수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다음 달 20일 전당대회까지 일정이 빡빡해 일단 경선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본선이 더 중요한 만큼 다른 경선후보와 화합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도 안 원장처럼) 뭔가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는데 쉽지 않아 답답하다”면서도 “‘안철수 대책’을 떠들수록 안 원장을 홍보하는 꼴이 돼 캠프에선 그런 얘기를 가급적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