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이설주, 中 조기 유학파 시아버지 앞에서 공연도

입력 2012-07-26 22:32

‘결혼 4년차에 자녀 1명을 둔 유학파 부부.’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꾸민 ‘가정’이다.

국가정보원이 2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힌 김 제1위원장의 부인 이설주는 그동안 대북 전문가와 탈북자들이 추정했던 ‘설’들과는 거리가 있다. 우선 김 제1위원장보다 한두 살 어린 27세로 추정됐지만 실제는 1989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24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잘 나가는’ 집안 출신이라는 소문과 달리 “평범한 가정의 여식으로 확인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다만 자식이 한 명 있다는 설은 사실로 추정했다.

신분상 차이는 있지만 이설주와 김 제1위원장은 어린 나이에 외국 문물을 접한 유학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10대 시절 스위스에서 4년반 정도 체류한 김 제1위원장처럼 이설주도 중학교를 마친 뒤 성악 전공으로 중국에 유학한 경험이 있다.

8세 때 예술단원으로 뽑힐 만큼 노래를 잘했던 이설주는 2009년 결혼 뒤에도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1월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신년음악회에서 은하수 관현악단 소속 이설주는 ‘병사의 발자욱’이란 노래를 독창했고,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 제1위원장은 나란히 이를 지켜봤다. 한 정보위원은 “2009년 결혼한 것도 맞고,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시아버지가 지켜보는 무대에) 출연한 것도 맞다”며 “북한 사회의 특수성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무용가 출신인 김 제1위원장의 생모 고영희도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고 말했다.

특히 이설주는 10대 시절 수차례 ‘남한 체험’을 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국정원은 이설주가 17세 때인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대회 응원단 일원으로 남한을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공연단원이었던 이설주는 당시 세 차례 공연에서 항상 무대 중심에서 노래를 불렀다.

확인된 사례 말고도 2003년 3월 금강산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남북 청소년 공동행사에 참가한 ‘이설주’라는 이름의 소녀도 ‘퍼스트레이디’ 이설주와 매우 닮았다.

2004년 금강산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관으로 열린 남북교사 회담에서도 이설주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등장했다. 3명 모두 동일인이란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국정원은 이설주의 집안 내력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보위원은 “어떤 집안이었느냐에 따라 이설주가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할 수 있는지 아닌지 가늠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규 김나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