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엄마 사격땐 잠시만 참아 주겠니”

입력 2012-07-26 19:34

“진짜 올림픽 엄마가 나타났다.”

런던에 입성한 말레이시아의 사격 10m 공기소총 국가대표인 누르 수르야니 모하메드 타이비(29)를 두고 외신들이 쏟아내는 말이다. 말레이시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올림픽 사격 출전권을 따낸 타이비는 오는 9월 출산예정인 만삭의 임부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6일 “그는 역대 올림픽에 출전한 임신 선수 가운데 가장 출산이 임박한 여성일 것”이라고 전했다.

타이비는 인터뷰에서 “과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는 늘 뱃속의 딸이 배를 차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사격이므로 태아와 함께 안정을 취해야 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발사 순간마다 그는 뱃속의 딸에게 “엄마가 잠깐 쏠 테니 잠시만 조용히 있어주겠니?”라고 되뇐다. 딸 이름도 아이를 달래며 암송한 경전 구절을 따 ‘다야나 위드얀’이라고 지었다.

타이비는 불거져 나온 배를 연습 때마다 방탄 소재의 무거운 사격복 안에 구겨 넣어야 한다. 주위에선 태아의 건강을 생각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그는 “체중이 불어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말레이시아 해군군수장교 시절 사격을 시작한 타이비는 세계 랭킹 47위에 올라있어 메달권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2010년 영연방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고 같은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만일 그가 금 과녁을 쏜다면 말레이시아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28일 출전을 앞두고 있는 그는 “단지 최선을 다하길 원한다. 만약 금메달을 딴다면? 신과 아이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