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국장기자의 London Eye] 베일속 개막식 ‘제국의 영광’ 보여줄까
입력 2012-07-26 19:07
올림픽 개최국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분야는 바로 개막식이다. 올림픽의 모든 행사 가운데 시청률이 가장 높은 데다 개최국의 문화수준을 전 세계에 단번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의 개막식으로 꼽히는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데 이의가 없는 듯하다. 21세기 들어 올림픽 개막식이 물량 위주의 대규모 이벤트로 치러지면서 베이징은 그 가운데 으뜸이었다는 평가다. 무려 1억 달러의 돈과 1만5000명의 연기자가 투입돼 5000년 역사 속에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이를 지켜봤던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LOGOC) 관계자들은 중국과 경쟁할 생각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자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에서 결코 중국에 뒤지지 않을 영국도 이번 올림픽 개막식 문화행사에 나름대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영국은 불과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5대양 6대주에서 식민지를 운영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했던 역사가 있다. 비록 과거의 명성은 많이 쇠퇴했지만 아직도 세계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개막식 문화행사 주요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LOGOC는 영국의 지나온 길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담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또 녹색 자연이 풍부한 환경, 영국 문화의 특징인 창의성과 다양성을 뽐내는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막식 연출은 아카데미 8개 부문 수상작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이 맡았다. 베이징에서는 중국이 자랑하는 장이머우 감독이 총지휘를 한 것처럼 한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한 개막식 문화행사는 영화감독의 차지가 돼가고 있다. 올림픽은 아니지만 2014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총감독에 임권택 감독이 선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을 위해 LOGOC는 총 2700만 파운드(약 482억원)를 투입했다고 한다. 공연자도 자원봉사자를 포함, 2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런던 역시 물량공세라는 트렌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개회식의 극적 효과를 위해 최종 점화자, 점화방식, 공연 주요 내용 등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기밀유지를 당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24일(한국시간) 펼쳐진 테크니컬 리허설에 참가한 공연자들에게 보일 감독이 기밀유지를 당부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관련 글과 사진이 수백 건씩 올라와 관계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런던=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