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대학취업률… 90%가 ‘뻥’

입력 2012-07-26 18:55

경기도에 있는 A대학은 겸임교수·강사 등이 운영하는 회사 13개에 이 학교 출신 미취업자 63명을 허위로 취업시켰다. 당사자 동의 없이 인적사항을 해당 업체에 제공했으며, 일부 학과에서는 건강보험 등 4대 보험료를 학과실험 실습비 등으로 충당했다. 이들 63명은 고스란히 A대학의 ‘취업자’로 통계에 잡혀 홍보에 활용됐다.

경북의 B대학은 미취업자 52명을 14개 업체에 2개월 단기 취업시키고 인턴보조금 5630만원을 업체에 지급했다. 재원은 국고에서 지급된 교육역량강화 사업비였다. 이렇게 지급된 액수는 2개월 동안 1인당 평균 100만원에 달했다. 이들 52명도 ‘취업자’ 명단에 포함됐다.

광주의 C대학은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을 교내 인턴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취업률을 높였다. 이 학교는 지난해 5월부터 3개월 동안 교내 인턴으로 178명을 채용해 취업률 통계에 넣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6일 전국 32개 대학의 취업률 통계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중 28개 대학에서 허위취업 등으로 취업률을 높인 사례가 적발됐다. 감사 대상은 전년에 비해 취업률이 급격하게 높아진 대학이나 유지 취업률(취업률 산정 3개월 뒤 취업자 유지 비율)이 낮은 대학들이었다.

적발된 취업률 부풀리기 중 허위취업 방식은 16개 대학에서 284명, 교내채용 방식은 3개 대학에서 745명, 진학자를 취업자로 둔갑시키는 방식은 4개 대학에서 42명이었다. 직장 건강보험 가입요건이 안 되는 단시간 근로자를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양질의 취업을 한 것처럼 꾸민 사례도 8개 대학에서 82명이 적발됐다.

대학들이 취업률 통계를 조작하는 것은 돈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교육역량 강화사업을 비롯해 각종 재정지원 명목으로 6조4416억원이나 대학에 지원했다. 정부가 지원 대상과 규모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삼는 게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이다. 또 취업률은 대학의 각종 홍보자료에도 활용되며 대학 평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교과부 관계자는 “감사 결과 부정 사례가 적발된 대학은 각종 사업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엉터리 지표에 근거해 엉뚱한 대학을 지원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학들이 각종 편법을 동원해 취업률을 높인다는 것은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특히 취업률 부풀리기를 하지 않는 대학들에서 불만이 흘러나왔다. 교과부가 뒤늦게 취업률 통계를 들여다봤지만 이미 국고는 낭비된 뒤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