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장 시급한 건 성장엔진 다시 돌릴 대책

입력 2012-07-26 18:32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보다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1분기 0.9% 성장의 반에도 못 미친다. 성장엔진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2.4% 성장해 3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3%대 성장을 예상했지만 2%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률이 떨어진 1차적 원인은 대외 악재 탓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기침만 해도 독감에 걸릴 정도로 외부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확산되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버팀목이었던 중국마저 흔들리면서 세계 경제는 ‘퍼펙트 스톰’ 위기를 맞고 있다. 스페인 정부의 전면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최후 보루였던 독일마저 국가신용등급 전망치가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17개 은행은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영국도 2분기 GDP가 0.7% 감소하면서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졌다. 선진국 위기에도 ‘나홀로 성장’을 해온 중국 역시 2분기 8%대 성장이 무너지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들은 양적완화와 금리인하 등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미 실탄을 많이 써버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력 수출상대국들이 휘청거리다보니 2분기 수출이 전분기보다 0.6% 줄었고, 투자와 민간소비도 주춤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경제가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해외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 균형재정에 얽매여 실탄을 투입할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되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책에는 전향적으로 추경 편성도 검토해봐야 한다. 정권 말이라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간 제2의 국가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거론되고 있는 말이지만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구조를 바꾸는 일도 시급하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여서 걱정이 더 크다. 대선 주자들은 예산 뒷받침 없는 복지공약이나 뜬 구름 잡는 ‘경제민주화’를 외칠 게 아니라 이번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7% 성장, 소득 4만 달러, 7위 경제대국)’이 실패했다고 해서 ‘성장’을 쏙 빼놓은 채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국가를 운운하는 것은 빈말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