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행복보다 중요한 것은…
입력 2012-07-26 18:32
아주 가끔이지만, 내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주는 책을 만나면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근래 읽은 책 중에 그런 책이 있다. 30년이 넘도록 수천만 세계인이 읽은 명저라는데, 나는 아주 늦게 M. 스캇 팩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만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심리학자이자 상담가인 저자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평생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고, 그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면서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고통을 회피하려다 병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니, 힘든 상황, 고통스러운 일들은 외면하거나 잊고 싶어 하고, 그 과정에서 신경증적 증세가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 자신의 내면 깊이 묻어둔 문제들로 인해 결국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며 저자는 ‘행복론’에 회의를 갖게 되고,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더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가? 저자는 ‘성숙’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정신적 성장이라는 것이다.
‘아픈 만큼 자란다’는 말처럼 사람은 고통의 깊이만큼 성장하는 존재이다. 고해와 같은 삶에서 다양한 형태의 고민거리와 상처와 괴로움이 누구에게나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낡은 자아를 버리고 영적으로 성장해 가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과제라고 한다. 그것을 회피하려고 하면 그 자리에 머물러 계속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예수를 스승으로 모셨으니, 그분을 따르고 조금이라도 닮아가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행복론에 매여 애매한 지점에 있던 생각들을 확실히 정리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 너무 많아진 우울증, 자살 문제뿐 아니라 모든 마음의 병들이 이런 통찰로 극복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말한다. “나를 따라다니는 근원적인 외로움과 불완전함은 평생에 걸쳐 내가 옳다고 믿어 온 세계를 수없이 무너뜨리고 새로 세우는 과정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막다른 길에서 이것이 끝이구나 싶은 때조차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아직도 내가 가야하는 길은 그 너머에 있음을 잊지 말자.”
박선이(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