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행복한 결혼생활 비결은?… “사랑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입력 2012-07-26 17:55


연애와 결혼의 과학/타라 파커포프/민음사

“결혼이란 단순히 두 사람의 영적 교감이 아니다. 잊지 않고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일이기도 하다.”(223쪽)

대한민국 남편들, 이 말에 공감할 것 같다. 양복 입었지만 손에는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요즘 샐러리맨의 출근길 모습이니까.

주변에서 다반사인 이런 풍경이 결혼을 행복으로 이끄는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건강·의학 분야 칼럼니스트. 저자는 17년간의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자 실패 원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끝에 ‘결혼=과학’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책은 결혼생활의 각종 갈등에 대해 ‘마음가짐 문제’라는 식의 추상적 조언이 아니라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각종 통계로 보는 생물학 신경학 사회학 인류학적 분석들을 총동원한다.

직장 남성들의 점심시간 대화 주 소재인 가사분담 전쟁. 이것도 ‘집안일의 과학’을 모르기에 생기는 불상사다. 여성이 남성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만국공통의 현상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 저자는 뇌구조의 차이라는 생물학적 분석에서부터 문화인류학적 분석, 사회학적 분석 등 다양한 설명을 내놓는다. 문화인류학에 따르면 원시시대 남성은 사냥, 여성은 요리 등을 하면서 남성은 지평선 멀리 내다보도록 훈련됐고, 여성은 자기 바로 앞에 놓인 세부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훈련됐다. 이 때문에 남성은 집안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편이 집안일을 더 많이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과학적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모성적 문지기 이론’이 그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집안일에 관한 한 여성에게 모종의 주도권이 있다. 아내들은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기를 원하지만, 막상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불평과 잔소리를 늘어놓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남편이 집안일에 좀 더 참여하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잔소리는 집어치우고 남편이 자기 방식대로 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못 보내 죄책감을 느끼는 부부에게 과학은 이렇게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관계가 원만한 부부의 자녀들이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사회성도 높으니까 오히려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이기적인 행동이 가족 전체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저자는 사랑 역시 과학의 대상이라고 말하며 그 연구의 역사부터 풀어놓는다. 1972년 미국의 햇병아리 심리학자 일레인 햇필드는 홀딱 반하는 행동, 열정적 사랑, 육체적 이끌림 등 ‘사랑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8만4000달러의 거액 연구지원금을 받았다. 이런 쓸데없는 연구에 국가예산을 낭비한다는 한 상원의원의 문제 제기로 국회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연구 타당성에 공감했고, 이후 과학자들은 사랑에 빠진 남녀의 제스처를 관찰하면서 뇌 속을 들여다보았다.

과학적 접근은 부부관계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 한다는 점에서 파국을 막는 힘도 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얻은 분석을 토대로 부부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한다. 부부 싸움의 경우 대화 시작 후 첫 3분의 행동이 그 부부가 6년 후 갈라설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제대로 싸우기’ 노하우도 귀띔한다. 말 그대로 이 책은 ‘진단에서 예측까지 연애와 결혼에 관한 종합 솔루션’이다. 홍지수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