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디자인 소재로 모방의 현실 소개… ‘내 곁의 키치’
입력 2012-07-26 17:54
내 곁의 키치/오창섭(홍시·1만5000원)
‘키치(Kitch)’는 진품의 가치나 효과를 모방한 것을 일컫는다. 진부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물건, 그러한 현상을 가리키는 만큼 고급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키치를 천대한다. 이들은 키치를 저속하고 유치한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은 키치의 시대란 걸 알 수 있다. 대중음악이나 각종 광고를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이 키치에 기대지 않고서는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책은 디자인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지만 유명 디자이너나 명품 브랜드를 등장시키진 않는다. 대신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원색적인 포스터나 자동차, 가방 등의 디자인을 소재로 지금 인간과 사물이 어떻게 서로 교감하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이 중심엔 바로 키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우리의 삶이 키치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안에 깃든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들에 주목한다. 키치 코드가 내재된 물건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숨어 있고 지루한 일상에서 이탈하고픈 인간의 욕망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을 논할 때 키치가 비중 있게 논의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박지훈 기자